'잘 짜여진 파격' 文대통령의 버킷리스트 '백두산 방문'

[the300][2018 평양]지난 4월 회담에서 우회적 요청..백두산 일대 정비 정황도

해당 기사는 2018-09-21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5.26. (사진 =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방문은 평양에서 결정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평양에 마련된 국내언론 프레스센터에서 '평양에 와서 백두산행 제안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언제 제안을 했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제안을 받은 구체적인 날짜는 알 수 없다"면서도 "어제(18일)와 오늘(19일) 사이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18~19일 사이에 직접 제안을 한 것이라는 의미다. 청와대의 설명 대로라면 '깜짝' 제안이었다. 

다만 이렇게 즉흥적으로 평양에서 백두산까지 동선을 확대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2박3일 간의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데 있어 의전과 경호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측 소식통 발로 2018 남북정상회담평양이 개최되기 전부터 문 대통령의 백두산행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8일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사무소 대표의 말을 인용해 "양강도 혜산에서 삼지연 구간까지 대규모 도로 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일대가 비상경비태세에 들어갔다"며 "현지인들이 갑자기 도로보수에 총동원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에 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맞다면, 북측에서는 이미 정상회담 전부터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을 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힌트는 우리측에서도 나왔었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백두산 천지에서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병에 제주도 물을 채워왔는데 이 물의 일부를 뿌리고, 천지물을 담아 합수할 생각이었다는 의미다. 백두산 방문을 어느정도 대비했다는 뜻인 셈이다. 

추운 지역인 백두산 방문을 대비해 복장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백두산에서 문 대통령이 검은색 코트, 김 여사가 흰색 코트를 입었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파란색 목도리까지 했다. 9월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수행원들을 위해 점퍼도 평양으로 긴급 공수했는데, 이것 역시 미리 준비한 증거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평양에 도착하기 전 전용기 내에서 "백두산에 가긴 가되 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올라가겠다고 그동안 공언해왔다”며 “중국 동포가 백두산으로 여러 번 초청했지만 내가 했었던 그 말 때문에 늘 사양했었는데 그 말을 괜히 했나보다 하고 후회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번 정상회담 기간 동안 백두산 방문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이 확정됐던 4·27 판문점 회담에서도 '북측 경로를 통한 백두산행'이 언급됐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장소였던 판문점 평화의집에 걸린 백두산 장백폭포 사진을 가리키며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을 가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자신의 버킷리스트나 다름없는 '방북 시 백두산 방문'을 성사시켜 달라고 김 위원장에게 우회적으로 요청을 했었던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지난 4월 당시 "편히 모시겠다"는 발언은 RFA에서 보도했던 이번 정상회담에 앞선 백두산 일대 정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정황들을 볼 때, 날씨 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동선은 평양에서 확정했어도 백두산 방문 자체는 정상회담 전에 확정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파격적인 이벤트였지만, '잘짜여진 파격'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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