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34 월드컵이 아닌 2032 올림픽인가

[the300]남북중일 경쟁, 유치 가능성↓…IOC 협조 분위기 속 '네이밍 라이츠' 대안

강주헌 기자 | 입력 : 2018.08.30 04:31

오는 28일부터 10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88 올림픽과 서울' 특별전에 전시되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모습. '88 올림픽과 서울' 특별전은 1979년 10월 ‘제24회 올림픽 유치 계획’ 공식 발표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과 서울장애자올림픽의 성공적인 마무리까지 10년 동안의 서울의 도시공간과 도시민들의 생활상 변화가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올림픽과 월드컵은 세계 최대 이벤트다. 다만 성격은 다소 차이가 있다. 월드컵은 축구 자체에 관심이 쏠린다. 반면 올림픽은 ‘평화’ ‘화해’ 등을 연상시킨다. 동서 냉전 기류 속 화해 올림픽이 된 1988년 서울 올림픽, ‘평화 올림픽’으로 기억된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좋은 예다. 


무엇보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평화 구현'이라는 개최 정신에서 남북 공동개최와 의미적으로 들어맞는다.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내 정상국가의 위치에서 평화무드를 이끌어가기엔 올림픽이 최적의 이벤트다. 남북 화해의 단계별 로드맵을 함께 그릴 수 있다. 공동 유치를 준비하는 ‘3년’은 평화 무드를 이어가는 단계다. 유치에 성공한 뒤 실제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은 경제 협력과 맞물린다. 도로·철도·경기장 시설·숙소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올림픽 개최 시점에는 남북 공존의 장이 될 수 있다.

경기장, 도로, 호텔 등 올림픽 유치를 위한 인프라 건설과 같은 현실적인 '돈 문제'에서 전문가들은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기업들이 경기장을 짓고 해당 건물에 기업 이름을 붙여 홍보 효과를 얻는 방식이다. 이 방법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도 관련 예산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퍼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북한은 올림픽을 치른 이후에도 관광·운송 산업 등에 활용할 제반시설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국제 체육계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기구) 위원장도 남북 올림픽 유치 추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체육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반도 올림픽'을 성사시킬 경우 바흐 위원장 또한 본인 임기 중 가장 역사적이고 극적인 성과로 삼을 수 있다.

당초 2030년이나 2034년 월드컵 남북 공동 유치 얘기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시아 이웃의 나라들과 함께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다면 남북 평화와 동북아 지역 평화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한국-멕시코 전이 열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인판티노 피파회장과 환담자리에서 2030년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추진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2030년 월드컵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국제사회와 축구계의 중론이다. 현재 FIFA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있어 한 대륙에서 2번 연속 월드컵을 개최할 수 없다는 대륙별 순환 원칙을 갖고 있다. 2022년엔 카타르에서 열리고 2026년 월드컵 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다. 아시아, 북미에 이어 차기 순번은 유럽이나 아프리카다. 2034년이 돼야 아시아 차례가 온다.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과 일본이 월드컵 개최 희망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인 유치전을 예고한 상태다. 중국의 경우 월드컵 개최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개최 명분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현재 한국의 스포츠 외교 역량이 많이 약화돼 월드컵 유치전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위원장은 "우리가 가진 스포츠외교 역량은 중국의 1/5 정도"라며 "중국이 2034년 월드컵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명분에서도 밀리는 상황에서 이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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