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도 내가 말려"…'제2의 김두관들'의 하소연

[the300]홍문표·이명수 의원안 국회 계류中, "법적인 지위 보장, 처우 개선"

#겨울에 눈이 오면 마을회관 앞 눈 치우기. 몸이 불편한 노인에게 나온 물품을 차로 직접 전달하기. 자신이 개량한 종자를 기꺼이 나눠 그간 축적한 재배기술 가르쳐주기. 각종 고지서·홍보물을 주민들을 직접 만나 전해주기.

선량한 한 마을주민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가장 최일선에서 행정기관과 주민을 연결하는 9만4320명(2017년 말 기준) 이장과 통장들의 이야기다.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이장·통장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행사장 내 참석자들에게 "소개를 어떻게 받고 왔냐"고 묻자 "무슨 소개! 우리가 당사자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부싸움도 내가 말리는데 무슨... 마을 대소사를 다 나한테 전화한다"는 푸념 섞인 말은 덤이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이장과 통장들은 누구인지, 미비한 법제도와 쟁점 등을 정리해봤다.

◇이장과 통장은 누구?

이장과 통장. 옛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나 들어봤음직한 오래된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들만큼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지역민원을 듣고 행정을 도맡는 사람도 없다. 

이·통장은 행정구역에 따라 이름이 다를뿐 지위와 역할은 동일하다. 이장은 시·군의 읍·면에 있는 마을책임자, 통장은 도시지역의 하위 행정구역인 '통'을 대표하는 책임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공무원일까? 그렇지 않다. 이·통장은 주민 중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인 읍·면·동장이 위촉한다. 이들의 감독을 받아 행정 보조업무를 수행할 뿐 신분은 민간인이다.

그래도 마을주민을 대표한다면 투표는 하지 않을까. 그렇다. 보통 공개모집을 실시해 주민총회에서 선출하고 이를 지자체에서 그대로 임명하고 있다. 

통장의 경우 2년 또는 3년의 임기로 연임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이장의 경우 대부분 연임이 가능하다. 농어촌지역의 특성상 이장 업무를 수행할 사람이 부족해 연임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진=조준영 기자
◇마을주민 대소사부터 농협활동까지…이들의 업무는?

광범위하다. 이·통장은 △교육·훈련 소집통지서를 전달(지역 민방위대장) △거소투표자 확인 △연 2회 주민등록 전수조사 △지역주민 민원 수렴·전달 △지방세 고지서·각종 홍보물 전달 등 수십가지에 달하는게 모두 이들의 업무다.

농어촌지역의 경우엔 농협 업무가 추가로 주어진다. 마을 이장은 농협 영농회장 당연직으로 각 농가에 영농자금을 배정하거나 비료를 전달하는 등 궃은 일도 맡는다. 여기에 기본적인 생업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최근엔 복지지원이나 대상자 확인 등 업무가 추가됐다"며 "농어촌 업무 강도는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이·통장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8.8.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결국 처우…'지위와 돈'

생업을 포기해야할만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돌아오는 돈은 매달 20만원의 활동보상금과 2만원의 회의참석수당 그리고 연 200%의 상여금이 전부다. 

활동보상금은 1997년 10만원에서 2004년 20만원으로 오른 뒤 14년간 동결됐다. 실질적인 보상금으로선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전국 이·통장협의회와 지역언론들을 통해 최소 30만원으로 금액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번 제기됐다.

이들의 수당을 결정하는 주체는 정부다. 법적근거는 행정안전부 훈령인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운영 기준’으로 활동보상금 20만원을 지급하게 돼 있다. 그럼 이 액수를 행안부가 올리면 되는게 아닐까.

상황은 그보다 복잡하다. 돈이 나오는 곳이 지자체이기 때문.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의 반발이 크다. 행안부 담당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많아 총괄적으로 금액을 올리면 재정부담이 크다"며 "자치분권에 맞춰 조례에 맡기면 좋지만 재정여건이 좋은 곳과 아닌 곳 사이의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각 지역마다 업무강도의 차이도 일괄적으로 금액을 손대게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결국 처우개선을 위한 첫 출발은 조례와 행안부 훈령에 의해 수당이 지급되는 현 구조를 상위법인 법률 아래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현행 구조 아래에선 시·도지사가 이·통장들에게 수당을 추가로 주는 일은 위법이 되는 상황.

이·통장들의 자격요건과 지위를 명확히 하고 활동보상금·처우개선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근거를 마련하자는 법안들은 이미 국회에 발의돼있다. 홍문표 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이명수 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이장·통장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그렇다. 조금 더 이·통장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와 보장 폭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동훈 기자

◇이장 출신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이·통장 제도

고향인 경남 남해의 이어리 이장을 시작으로 현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도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제가 2003년에 행정자치부 장관이 됐을 때 10만원이었던 활동보상금을 20만원으로 인상했다"며 "저는 40만원으로 더 올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내규를 정한 건 행안부가 잘한다고 본다"면서 "만약 시도에 자율권을 주면 수당에 관한 부분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시도에 (수당에 관해) 위임하되 상한선을 정해줘 재량을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농어촌 지역의 이장들이 갖는 정치적 영향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법적으로 이·통장들이 선거운동을 못하게 돼 있지만 사실 이들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며 "수도권 지역은 공장이 새로 들어오는 경우 이들이 명예감독관제를 맡는다"며 이장이 마을주민들을 설득하거나 중재하는 등 지역에서 갖는 힘이 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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