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조사한 북한 석탄 미스터리, 왜 결론 못내나

[the300]외교부 “가능한 빨리 결과발표”…한국당 찾아 조사내용 설명

최태범 기자 | 입력 : 2018.08.09 15:54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밀반입 의혹과 관련한 정부 조사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상당 수준의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결론을 도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관계자가 지난 6일 “조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발언한 이후 사흘이 지난 지금 정부의 입장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수준까지 진전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결과 발표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북미관계를 중재하면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한국의 딜레마 때문이라고 본다.

만약 북한산 석탄으로 확정되면 ‘대북제재 위반’을 문제 삼는 미국 내부의 대북 강경론에 힘이 실려 한반도 평화분위기는 다시 냉각되고 비핵화 대화는 더욱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한국은 ‘제제의 구멍’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의지를 표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는 한창 앞으로 나아가던 남북관계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밀반입을 막지 못했다는 정부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일각에선 국내 은행의 밀반입 연루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사대상인 남동발전이나 H사 등의 수입업체는 혐의가 확정되면 미국의 대북제재 명단에 오르게 된다. 남동발전의 모회사인 한국전력도 제재 명단에 들어갈 수 있다. 여기에 은행까지 포함되면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들어갔던 기업이나 은행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미국은 2005년 마카오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북한 자금세탁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했고, BDA는 결국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겪으며 사실상 파산했다.

다만 이번 밀반입 사건의 경우 북한과 러시아 측의 수입서류 위조가 핵심인 만큼 은행의 연루가 확인되더라도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BDA 사태 정도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의심대상 지목 자체가 리스크라는 점에서 정부의 우려가 크다.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미국 은행과의 거래가 제한돼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북미관계를 관리하면서 국내 기업과 은행들에 얽힌 각종 의혹을 털어내야 하는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한편 외교부 차관급 인사는 9일 오후 국회를 찾아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만났다. 북한 석탄 밀반입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한국당을 상대로 그동안 조사한 내용과 경과를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세청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조만간 조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주중 발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조만간 빨리 하려는 입장”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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