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재선 원희룡 "나는 제주도민이 무섭다"

[the300]도정2기 포커스는 경제.."외래자본-도민이익 합리적 배분해야"


원희룡 제주도시자 인터뷰


원희룡 제주지사는 6·13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나섰다.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 탈당이라는 또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 카드는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파란 바람은 제주까지 오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제주 ICC 평화포럼 현장에서 머니투데이 더(the) 300과 만난 그의 첫 말은 "민심이 무섭다"였다. 원 지사는 "더 겸손하고 도민을 더 무서워해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재차 말했다. 그의 역전을 만든 것은 ‘승부수’ 때문이 아니라 ‘민심’이었다는 애기다. 원 지사는 "도민의 질책을 뼛속까지 새기자 비로소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 했다. 감사를 넘어 경외감마저 느끼는 듯 한 설명이다.

 

도정2기 포커스는 경제에 맞췄다. 원 지사는 △외래자본과 도민 이익의 합리적 배분 △자연환경과 개발의 조화 △제주 경제애 대한 도민 주도권 강화 △청년일자리 △보편적복지의 완성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적정 수준의 인프라 확보와 난개발에 대한 우려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원 지사는 "박근혜정부에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바로잡고 있는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너져버린 보수 진영에 대해선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비워야만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진단을 남겼다.



원희룡 제주도시자 인터뷰

-재선 성공을 축하드린다.

▶어깨가 더 무겁다. 선거기간 동안 도민들의 실제 삶에서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인가를 많이 느꼈다. 도민들께서 기회를 다시 준 것은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끝이 아니라 이제 다시 시작이다. 더 몸을 낮춰 도민 속으로 들어가 도민의 눈높이에서 일하라는 뜻을 늘 가슴에 새기고 성과로 보답하겠다.

 

-탄핵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그렇다. 조직으로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었다. 본질은 유권자에게 어떻게 다가서는지가 중요하다. 도민의 질책을 뼛속까지 새기고 도민의 마음으로 제 마음을 채우겠다고 들어갔기 때문에 도민들도 마음을 열어주시기 시작했다. 민심은 정말 무서웠다. 더 겸손하고, 도민을 더 무서워해야겠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결국은 민생 경제가 중요하다.

▶민생경제는 제주 뿐 아니라 전 국민의 걱정거리 아니겠나. 일자리가 줄어들고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지 않나. 외래자본과 도민이익의 합리적 배분, 자연환경과 개발의 조화, 제주경제에 대한 도민주도권 강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보편적 복지의 완성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제2공항이 개항되면 제주의 하늘길이 더 넓어지고 제주공항 과부하, 승객안전, 제주 균형발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오라관광단지는 357만㎡의 부지에 5조2000억 원이 투자되는 대한민국 최대 복합테마파크 조성 사업이다.

 

-경제 발전과 난개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데.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이 중요하지 않겠나. 제주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 지질공원, 람사르 습지가 복합적으로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이 이렇게 복수로 지정된 곳이 없다. 제주가 유일하다. 말 그대로 세계의 보물섬이다. 전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제주의 가치를 보전하고, 키우지 않으면 제주의 미래도 없다.

지난 4년 그랬던 것처럼 난개발은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내겠다. 투자영주권 대상지역 제한, 제주형 유원지 가이드라인 강화, 탈법 토지 쪼개기 매매와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도시계획조례 개정 등 선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시자 인터뷰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대한 우려도 있을텐데.

▶과잉관광은 관광객 증가, 인프라 부족, 주민 불편, 콘텐츠 등을 다 염두에 둬야 하는 복합적인 함수 관계다. 절대적 판단기준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본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는 제주 면적의 40%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인구는 8배가량 많고, 관광객도 제주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하수, 교통, 쓰레기 문제나 오버투어리즘이 심각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결국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다. 획일화되고 양적 관광에 치우친 부분을 콘텐츠 보완, 관리시스템 구축같은 제도, 그리고 도민 경제, 심리적 수용력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원주민과 외지인 간 갈등설도 나오는데.

▶제주도 인구 늘어나는 얘기를 하면 제주 분들도 깜짝 놀란다. 엄청나게 빨리 늘어난다. 몇년 새 7만~8만명이 늘어났다. 이주민도, 원주민도 모두 소중한 제주도민이다. 서로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의 가치를 지키고, 역사와 전통을 보존해온 제주도민과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를 갖고 제주로 온 이주민 모두 소중한 제주의 자산이다.

 

무엇보다 제주의 내면에 깃든 공존의 공동체 문화를 이해하고, ‘다름이 아닌 차이’에 대해 서로 존중한다면 ‘기존-이주 도민’의 벽도 허물 수 있을 것이다.

 

-제주로 이전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지금도 제주를 주목하는 기업들은 많다. 제주도가 관리하는 이전기업은 약 65개다. 14개 기업은 보조금을 지원하고 사후관리까지 하고 있다. 대부분 제주에 와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매출액도 늘고 있다. 이전기업의 작년 매출실적은 카카오 1조원, 네오플 1조2000억원, 제주반도체 1170억 원 등이다. 특히 제주반도체는 제주 수출액의 40%인 6200만 달러를 수출했고 지역대학 출신 인재들도 많이 채용하는 우량기업이다. 이전기업들도 제주기업으로 도민들에게 인정받고 완전히 정착단계다. 국외 합작투자 유치, 규제와 혁신의 조율, 공격적 마케팅 등을 통해 세계 수준의 기업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힘쓰겠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우선 박근혜 정부에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바로잡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견해를 달리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국민의 삶이 최우선이다. 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하지만 임금 인상만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한계 계층에 대한 복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과 반대쪽 목소리에서도 해답을 찾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원희룡 제주도시자 인터뷰

-최근 난민수용 이슈의 중심에 섰다.

▶현재 난민자격을 심사하는 중이다. 무제한 수용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죽음의 공포를 피해 보호를 요청한 만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도 한국전쟁 때 유엔난민기구로부터 수많은 피란민이 원조받은 경험이 있다. 난민규약에 따라 정부와 협력해서 가급적 원만하게 대처하는 게 우선적인 방향이다.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해서 다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24년 동안 신청자의 4%만 인정됐다. 그리고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들어온 것은 제도적인 문제다.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고, 그 틀에서 정리돼야 한다. 인도주의, 국민불안 해소, 후유증 없는 관리라는 원칙 아래 정부와 긴밀히 조율해 나가겠다.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가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다. 동북아 평화정세 속에서 '평화의 섬' 제주의 역할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어렵게 길을 텄지만, 갈 길이 멀다. 진정한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신뢰회복의 과정이 필요하고, 남북교류의 노하우를 다져온 제주도를 가교로 삼아 실험하는 것도 대안이다. 제주도는 10년 넘게 감귤보내기사업을 지속한 경험이 있다. 민선6기 때는 △감귤보내기 사업 재개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한 교차관광사업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사업 △평화크루즈 라인 개설 △제주포럼 북한측 인사 초청 △남북 에너지평화협력 등 5+1 대북사업을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본다. 그러나 핵 없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통한 미국의 북한 체제보장, 남북 교류협력 등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여정은 길고도 먼 길이다. 정답은 없지만, 문재인 정부는 70년 간 이어져온 냉전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평화질서를 구축을 위해 정답으로 가는 길을 연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원희룡 제주도시자 인터뷰


-보수 진영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지난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과 결과를 어떻게 진단하시나.

▶당연한 결과다. 미래에 대한 비전은커녕 반성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정권심판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 무너질 대로 무너진 나라를 바로잡아 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을 국민 대다수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고 집권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하겠다는 압도적 여론 속에서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먹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야당은 뼈를 깎는 반성도, 변화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반성과 국민의 뜻을 담은 변화와 혁신이 없는 보수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인다.

 

-보수 혁신 관련 원 지사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무소속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는 보수와 진보가 양 날개로 경쟁과 균형 속에 미래를 열어나가려면 건강한 보수가 출현해야 한다. 새 집을 짓겠다고 하는데 집만 새로 짓는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참패의 원인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내부에 있다. 단 한 톨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건강한 보수의 출현으로 진보와 보수간 선의의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길 기대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주요이력
△1964년 제주 서귀포시 △중문중 △제주제일고 △서울대 법대 △한양대 뉴미디어 석사 △제주대 정치학 명예박사 △사법연수원(24기)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제16, 17, 18대 국회의원 △민선6기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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