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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저녁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방문해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SNS 캡처) 2018.6.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돌발행동으로 전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날 밤에 싱가포르 야경 투어에 나선 것이다. '경제 총력'이라는 자신의 사상을 앞세워 비핵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김 위원장이 11일 시티 투어를 나가기 직전의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뒀지만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간 실무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양측 실무진은 오전, 오후, 그리고 심야에 이르는 마라톤 협상을 지속했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및 CVIG(완전한 체제보장)와 관련한 공동 발표문 문구를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CVID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등의 폐기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택하면 근본적으로(fundamentally) 다른 체제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이 올바른 단계를 밟는다면 경제적인 번영을 이룰 수 있다"며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의 부를 상징하는 마리나베이샌즈, 에스플러네이드 등을 관람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핵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 총력'을 내세운 인물이다.
싱가포르와 같은 경제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체제안전만 보장한다면 언제든 비핵화를 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이벤트였다. 미국의 CVID 요구를 일정부분 받아들일 것임을 암시한 일정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관광 산업에 대해 관심이 크다. 마식령스키장은 김 위원장이 내세우는 주요 치적 사업 중 하나다. 최근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추진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협상에서 지나치게 수세에 몰린 듯한 형국을 만회하기 위한 수일 수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사실상 '최후통첩' 이후 김 위원장은 자칫 잘못하면 미국에 '굴복'을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합의에 앞서 선제적으로 싱가포르 발전의 상징을 둘러보고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자의적으로 '핵' 대신 '경제'를 택하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다.
정상국가를 향한 갈망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꾸준히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북한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부인인 리설주 여사를 영부인 격으로 대접하는 모습이 단적인 예다.
사실 싱가포르 시내 투어는 폐쇄적인 나라 북한의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니 이정도 이슈를 끌었지,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였으면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일은 아니었다.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처럼 나도 언제든 외출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한밤의 시티 투어를 통해 밝힌 경제 발전의 의지는 이제 12일 오전 9시부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시작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핵 대신 경제를 택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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