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행정관 "민주노총 변해야 한다…노동자-기업 함께 살아야"

[the300]노동계 최저임금 반발 관련 카톡, 민노총 "무례"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8.06.08 19:15
【목포=뉴시스】류형근 기자 = 6·13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8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종합수산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목포시장 후보 등이 시장상인들을 만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전남본부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최저임금법 폐기' 등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8.06.08. hgryu77@newsis.com
청와대 행정관이 민주노총에 "시대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변화를 요구했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모두 악질지주도 아니고…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입법에 노동계가 반발한 것 관련, 노동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청와대와 여당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일자리위원회 관련 단체대화방(카톡방)에 이 행정관이 올린 글이 무례하다고 반발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의 정한모 행정관은 지난 6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내 여성 태스크포스(TF) 단체 카카오톡에서 "민주노총도 이젠 시대변화를 읽고..활동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썼다. 그는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이 "KDI 최저임금 보고서는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첨부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이나 기업주는 다 땅 파먹고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모두 악질지주도 아니고…일가정 양립 '워라밸'처럼 노동자와 기업이 함께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입법에 강력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기로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집회를 한 데 이어 6·13 지방선거의 민주당 지도부 유세현장을 기습시위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도 직결된 일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노동자 출신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홍 원내대표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법을 '개악'했다는 주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원유세에서 민주노총 시위로 발이 묶이기도 했다. 결국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노동계의 최저임금 개악 주장에는 오해가 있다"며 "더 이상 민주당 후보들의 유세를 방해하는 행위는 삼가해달라"고 했다. 최저임금 관련 언제든 토론하겠다고도 밝혔다. 정 행정관은 홍 원내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정 행정관은 이 대화방에 "민주노총은 여성 분과도 불참하시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한 참여자는 "네네 (불참)"라고 답했다. 이어 민주노총 관계자로 보이는 다른 대화 참여자가 '이런 식의 무례한 태도는 한 번만 넘어가겠다'고 하자 정 행정관은 "결례 죄송합니다"라면서도 "민주노총도 예의를 갖추시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정 행정관은 "우리 당 선거판 따라다니시며 방해하시면서, 공식 루트는 다 거부하시는 게 그리 예의 갖춘 행동은 아니라 본다"고 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한 평가나 협조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무례한 태도라는 말씀도 과하신 듯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대화하자고 공식창구 다 열어놓고 이야기하고 있고, 선생님도 그 일원으로 참여하고 계시다"라며 "정책비판의 주체가 아니라 정책수립의 주체로 민주노총을 받아들이면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정 행정관 발언이 일방적이고, 방식도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 행정관은 다음날 장문의 글을 올려 사과했다. 그는 "노와 사, 정부와 노동계,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지 않고 협력하기를 바라던 마음에 어제 예상치 못한 약간의 분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특별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 행정관이 논란을 일으킨 건 인정하지만 그의 문제의식에 대해선 청와대 내 공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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