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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충남 보령시 보령시장에서 이리나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 다문화위원장이 청양군에서 온 유권자 양모씨와 함께 있는 모습 /사진=조철희 기자 |
지난 3일 오후 충청남도 보령시 보령중앙시장, 5일장이 선 날이라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시장 한 가운데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의 유세로 인파가 더 모였다. 그 속에 한 외국인이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돌리느라 바빠 보였다. 6.13 지방선거 일정을 알리는 홍보전단인데 '이주여성의 소중한 한 표가 미래를 바꾼다'고 써 있었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이리나씨(43)는 지방선거 투표 참여 캠페인을 위해 이날 보령에 왔다. 지역에 있는 이주여성들에게 투표 권리를 알리기 위해서였고, 같은 한국 시민들에게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러시아인이지만 20년 넘게 한국에 살았고, 한국 국적도 있다.
이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참여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 이주여성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주여성들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주변 가족들이 믿음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1996년 서울에 유학와 한국인 남편을 만나 삼남매를 낳고 키웠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후엔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외국인이다보니 일을 얻기 쉽지 않았다. 공예자격증을 따 방과후학교 선생님도 했다. 지금은 한국어 강사다.
이주여성들은 선거 때가 되면 남편이나 시부모로부터 "너는 이 사람을 찍어"라고 강요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주여성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한 명의 국민이지만 선거 때 가족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씨는 "이주여성을 무슨 일이 생기면 도망갈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편"이라며 "다문화센터에 가더라도 언제 오는지 가는지 감시하거나 사회활동을 못하도록 격리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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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남 고성군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유세에서 한 외국인 이주여성 선거운동원이 김 후보와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조철희 기자 |
이씨는 3년 전부터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자녀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운영위원회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정치인들을 만났다.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도 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 다문화위원장이다. 이주여성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어려움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돕는다. 그는 "우리도 같은 국민"이라며 "내 주변, 내 삶이 곧 정치"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나서는 귀화여성도 계속 눈에 띈다. 19대 국회 비례대표 이자스민 전 의원, 몽골 출신인 이라 전 경기도 의원, 키르기스스탄 출신 오세라 울산시 중구의원 등이 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는 러시아 출신 임미나씨가 바른미래당 경기 군포시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다.
이씨는 이주여성들의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선거문화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더 적극적인 정치·문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이들을 낳고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아갈 사람들인데 한국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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