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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송파을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차량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새누리당의 '옥새런'과 무공천, 12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탈환, 국회의원의 정당 이적으로 예상치도 못한 국민의당 지역구로 편입, 당선 무효 확정에 따른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서울 송파을 지역 주민들에게 지난 2년 반 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분류됐던 주민들은 보수정당 후보를 선택해볼 권리마저 뺏긴 채 송파을 지역의 '권력 교체'를 받아들여야 했다. 달리 보면 1년여 후 치러진 대선 결과를 감안했을 때 '여당 지역구'가 될 것을 내다본 선택이 됐다.
문제는 민주당 이름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당을 옮기는 바람에 졸지에 제3당의 '구역'이 된 것이다. '강남3구'로 꼽히며 정치권에서 높아진 위상을 자부하던 송파을 지역구민들의 자존심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생겼다. 그마저도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취소되는 바람에 국회의원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쯤되면 송파을 지역구 주민들은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을 단단히 벼를만 하다.
선거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 편이다. 일찌감치 승부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상당수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을 떠나 후보에 대한 열성적인 관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라는데…….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여당 실세라니……."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락시장역 8번 출구역 앞에서 출근길 인사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율동을 지원하는 선거운동원들보다 먼저 도착해 당 관계자들과 주변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음에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재성 후보의 유세 일정을 함께하는 송파구의회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보다 일정이 세 배다.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안 잔다"며 최 후보가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귀뜀했다.
최 후보 측은 1위 굳히기를 넘어 2위 후보와 최대한 큰 격차로 당선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수 텃밭으로 간주되던 송파을에서 압승해 문재인정부 2기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최 후보로선 송파을 재보선 득표율을 당권 도전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러나 거리 유세에서 최 후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여론조사의 압도적인 지지율과는 다소 차이가 느껴졌다. 최 후보를 알아보고 다가오거나 먼저 인사를 청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손을 흔드는 주민들이 간간이 눈에 띌 정도였다. '최재성'이란 이름보다는 민주당 후보라는 점에 호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다수였다.
잠실3동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20대 여성은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이번 선거에 민주당을 찍을 예정"이라며 "최재성이란 정치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문 대통령을 도왔다고 해서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송파을 지역구라고만 밝힌 60대 여성은 "처음에 안희정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하긴 했는데 최재성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른다"면서 "지금 실세는 임종석 아니냐"며 여당인 민주당에 관심을 보였다.
"필요하면 대통령을 만나고 필요하면 정부를 움직이겠습니다. 여러분이 원하시면 집권당의 간판이 되겠습니다."
최 후보의 유세 내용도 자신을 여당 실세로 홍보하는 데 맞춰져있다. 송파 발전을 위해 '힘있고 실력있는' 여당 중진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욕구를 의식한 홍보 문구이기도 하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남성은 유세 중인 최 후보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응원을 보낸 후 "여당 다선 의원이 지역구 의원이면 아무래도 지역구 현안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박원순 서울시장도 민주당이니 송파구 발전에는 괜찮을 것 같다"고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함께 최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송파을 지역에 30년 이상 거주한 70대 남성은 "대통령 이름 내세워서 당선되면 무조건 충성하겠다는 뜻 아니냐"며 "대통령이 잘못하면 쓴소리도 하고 해야지"라고 지적했다. 이 남성은 문재인정권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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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송파을 선거를 포기한 거 아니냐? 투표를 안하더라도 자유한국당 안찍을란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는 MBC 아나운서 시절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정치권에 뛰어든 탓에 당과 지역구에 밀착되지 못하는 모습이 곳곳에 노출되기도 한다.
공식선거운동 첫날 잠실역 사거리에서 열린 박춘희 송파구청장 출정식 행사에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과 송파병 지역위원장까지 단상에 올라갔지만 정작 이 지역에 출마한 배현진 후보는 단상에 오르지 못하고 다른 후보들과 단상 밑에서 우두커니 서있다가 뒤늦게 올라갔다. 중앙당 선거 홍보 일정 때문에 지역구 선거 유세 일정이 다른 경쟁 후보들에 비해 적은 편인 것도 본격적인 선거 운동 기간에 접어들어서는 불리한 점이다.
인물 이미지와 지역구 성격, 선거 컨셉 등이 어우러지지 않아 어색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30대 한 남성은 배 후보의 선거 유세를 들은 후 "평소 단아한 아나운서 이미지의 배 후보에 호감이 있어 유세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째지는 목소리로 '싸우겠다'며 운동권 후보 같은 이야기를 해서 듣기가 싫어서 중간에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배 후보를 내세운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한마디로 송파을 지역구를 무시했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보수정당에 대한 실망감을 채 달래기도 전에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 이유를 찾기 힘든 것이 송파구 지역구의 현실이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60대 여성은 "재보선을 하게 된다고 했을 때 그래도 이번엔 자유한국당에서 제대로 된 후보가 나오면 한번 승부가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배현진으로 후보가 정해진다고 했을 때 게임 끝이라고 생각했다"며 "민주당에서 누가 나와도 이기는 선거가 돼버린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여성은 "송파구 주민이 엘리트 의식도 나름 있고 교육열도 높아서 '고스펙, 네임밸류' 인사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배현진이나 박종진 후보 모두 방송 예능인에 가깝지, 송파을 지역구에 맞는 후보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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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가 31일 잠실역 인근에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배현진 후보 캠프. |
"3번 찍었다가 또 무슨 당 되려고……."
실제 20대 총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송파을 후보로 고민했던 부분도 이런 점이었다. 기존 민주당에 대해 갖고 있는 '운동권 정치인' 선입견과 다른 후보를 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후보 선정에 애를 먹었다. 당시 검토된 후보 중 한 명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었다.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의 합리적인 엘리트 이미지가 어필할 수 있으리라는 점 때문이었다.
김현종 본부장 대신 최명길 전 국회의원이 결국 공천됐지만 최 전 의원도 MBC 기자 출신의 엘리트 이미지가 당선에 도움이 됐다.
그런 점에서 박종진 바른미래당 후보 역시 선전을 기대했으나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과 최근 배 후보와의 단일화 제안 등으로 지지율 반등의 계기 마련이 어려운 상태다. 자유한국당 대신 바른미래당 투표를 고려했던 보수 지지층 역시 복잡한 바른미래당 사정에 하나둘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70대 한 여성은 "TV에서 자주 보기도 하고 사람이 똑똑해보여서 박종진 후보를 찍으려고 했으나 가벼운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더구나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이랑 나중에 합치면 결국 또 자유한국당 의원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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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을 국회의원 후보들이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 박종진 바른미래당 후보. 2018.5.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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