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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일성 '코스프레' 위해 살 찌웠던 金…새 지도자, 새 북한에서는 바뀔까

이재원 기자 | 입력 : 2018.05.03 04:3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들어가기 전에 밝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팬심(Fan+心)은 없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28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건물 판문각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경호원들의 얼굴 뒤로 드러나는 그의 볼은 터질 듯 했다.

두 정상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평화의 집까지 총 230여 미터를 걸었다. 김 위원장은 숨이 차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비만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2016년 국회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의 몸무게가 130kg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키(170~172cm)를 고려하면 초고도 비만이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다.

김 위원장은 유년기엔 마른 체형이었다. 미국 CNN등이 공개한 스위스 유학 당시 사진을 보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농구와 나이키 운동화에 열광하던 소년이었다. 후계자로 언급되던 시기도 아니었다.

미국 CNN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로 알려진 사진. 미국 프로농구팀 시카고불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사진=CNN 방송 캡처

후계자로 지목된 뒤 김 위원장은 급격하게 살을 찌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던 2011년 그는 90kg였다. 집권한 뒤에는 더 늘었다. 2014년에는 120kg, 2018년 130kg이다. 체중 증가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유전, 식습관, 스트레스 등이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따라하기 위한 인위적 변화라는게 다수 이론이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갑자기 집권했다. 그의 나이 27살 때다. 연로한 북한 고위층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였다. 애초에 승계 1순위가 아니었다. 견제가 뒤따랐다. 쿠데타설이 주석궁을 맴돌았다.

유학파인 김 위원장은 서구 시장경제의 세례를 받았다. 고등교육도 받은 이른바 북한 '새(New) 세대' 대표주자다. 북한에 시장경제 도입을 꿈꿨다. 하지만 권력이 공고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불성설이었다. 자리부터 확실히 잡아야 했다. 당과 언론을 통해 '3살부터 운전을 했다'는 등 각종 우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외모도 이때 바꿨다. 살을 급격히 찌웠다. 머리도 양 옆을 밀어내는 '투블럭' 형태로 바짝 잘랐다. 김 전 주석을 연상케 하는 네모 뿔테까지 썼다. 외모부터 백두혈통임을 강조했다.

그렇게 7년. 김 위원장은 권력을 공고히 했다. 무엇보다 핵 완성 선언으로 북한 노년 세대의 여론을 안정화했다. 그간 내놨던 강성 발언도 세대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그가 확 바뀌었다. N세대가 전면에 나서자 북한이 바뀌었다. 핵 개발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병진 노선'도 종료를 선언했다. 경제에만 매진한다는 구상이다.

세대교체가 끝났다. 이제 김 위원장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북한을 이끈다. N세대 지도자의 발걸음은 경제발전과 비핵화로 향한다. 과거 핵폭탄에 운명을 걸며 툭 하면 문을 걸어 잠구던 북한과는 다르다. 통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세계 무대에 데뷔한 김 위원장의 '다이어트'를 기대한다. 정장이 아니더라도, 슬림핏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을 상상해본다. 새로운 북한을 이끄는 김 위원장이다. 정책에서든, 외모에서든, 남북관계에서든, 선대 '코스프레'를 멈추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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