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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핵협정은 결코 맺었으면 안 됐을 끔찍한 협상이었다"고 말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판문점에서 열리는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에 미국 워싱턴 정가의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공개 석상이나 트위터를 통해 연일 남북 관련 입장들을 내놓는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남과 북의 행보를 주요기사들로 쏟아 낸다.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바로 북미 정상회담의 방향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 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워싱턴 이야기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워싱턴의 분위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희망을 말하는 공화당,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민주당 = 지난 3월 백악관의 깜작 북미정상회담 승낙 발표에 미국의 공화당은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정책 (Maximum Pressure Policy)'의 성과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대화의 기회마다 북한의 합의 파기로 반복된 실패를 거듭한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북한의 확실한 행동이 없이는 현재의 제제를 풀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기회가 열린 것에 대한 환영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 테드 요호 (공화, 플로리다 3지역구), 랍 우달 (공화, 조지아 7지역구) 등의 공화당 소속 연방의원들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발표 다음날 바로 성명서를 낼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민주당 연방의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북한문제는 민주·공화 양당이 협조해서 해결해야하는 문제임에는 원칙적으로 동의를 하면서도 북미정상회담의 주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게 마뜩찮은 분위기다. 한인밀집지역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도 마지못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환영의 언급을 할뿐 흔한 성명서 한 장 내놓지 않았다. 의회에서 만나게 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아도 '지켜보자'라는 식의 대답만 돌아 올 뿐이다. 대북정책에 관해 미 민주당의 기조는 전통적으로 대화론이다.

반면 공화당은 강경책, 무력진압 등을 주장하는 입장이었다.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의 다수당인 지금, 그리고 공화당의 대통령 트럼프 체제하에선 '최대압박', '선제공격'등의 얘기가 계속해서 나왔던 배경이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접촉이 시작되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상회담의 성패를 떠나 공화당은 자신들의 강경한 정책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냈다는 명분을 만들 수 있다. 이에반해 민주당은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성과를 과시할 지분도, 명분도 없다.

민주당은 오바마 정권의 북한 정책 기조인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공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 결과를 가져오면 정적인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기반이 강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11월 중간선거(미국 대통령 선거 4년 주기의 중간에 열리는 미 연방의원 선출 선거로서, 현 정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연방 상·하원 다수당의 자리를 노리는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이후 이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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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현지시간) 버지니아 주 마운트 버논에 있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가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브리지트 여사와 기념식수를 하면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정상회담의 준비를 우려하는 보수 언론, 정상회담 이후를 걱정하는 진보언론 = '신중'이란 단어로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입장을 요약할 수 있다. 보수 언론의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방문 이후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정부가 신중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주 메시지로 내놓는다. 대표적인 보수 격주간지인 ‘National Review’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그를 단숨에 테러국가 수장에서, 미국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의 수장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대등한 대화상대로 부상하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본격적인 외교행보가 시작됐고 쉬운 대화상대가 아닐 것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남북, 북미 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도 이번 회담에서 중국을 '키 플레이어'로 올려놓았고 평하며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까지 고려해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보 언론의 경우 보수 언론의 보다 더 신중하고, 회의적 의견을 내놨다. 정상회담의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은 기본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이는 북한에 비해 트럼프 정부의 준비는 안 됐을 것이라는 게 진보 언론의 진단이다. 회의적 결과를 전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북한의 전례에 따른 합리적 의심일 수 있지만 진보언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부정적 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능력을 저평가하는 진보언론의 성향 등도 깔려 있다. 특히 초강경 매파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 존 볼튼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인사 후 이들의 성향이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 타임즈의 경우 존 볼턴 보좌관이 주장해 오던 선제타격론이 불법임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놨다. 정상회담이 결렬되거나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면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을 한반도 전쟁으로 이끌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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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 국빈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7.1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신에 찬 트럼프 대통령 = 언론과 민주당은 우려의 시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란 듯이 자신에 찬 본인의 행보를 이어간다. 급작스러운 외교라인의 변화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본인의 마음에 드는 팀을 꾸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 스스로의 공식 미디어 채널인, 트위터를 통해 쏟아내고 있는 메시지도 긍정적인 접근이 주를 이룬다.

한반도 이슈에서 소외될까 불이 나게 미국으로 달려온 아베 총리와 회담에서도 트럼트 대통령은, 남북 간의 평화협정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오른팔인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부장관 지명자 (전 CIA국장)을 평양에 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게 하고, 북미 정상회담준비를 해온 것을 보면, 그가 북미 정상회담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다.

모두가 성급한 판단, 준비 부족이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자신은 본인의 페이스대로, 평양과 미리 접촉하며 정상회담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 중단 발표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꼼수라는 평가를 내놨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굿 뉴스’, ‘큰 진전’등의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정상회담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 표출로 읽힌다.

물론 중간 중간 “회담이 안 열릴지도 모른다” ,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다”등의 돌발 발언도 했지만 사업가 출신다운 '전략적 흔들기'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후 다른 나라의 고위외교관계자를 처음 만난자리에서 인사도 하기 전에 '거래는 힘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건넨 것은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이러한 그의 성향으로 보았을 때, 간혹 그가 뱉는 부정적인 견해들은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고, 회담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하다. 본인이 부각되고 스타가 되는 자기 만족감 수준을 넘는다. 최근 여러 가지 정치적 악재를 덮을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유산’이 될 수 있다. 백악관과 의회의 중재자 역할을 하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사임, 포르노 스타와의 스캔들, 러시아 스캔들, 코미 전 FBI 국장과 진흙탕 싸움…. 이 환경 속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외교 난제의 해결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정치 생명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속사정 들여다보면, 정상회담의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말은 진심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