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대로" vs "몸조심"…'김기식 해외출장' 위법에 뒤숭숭한 국회

[the300] 선관위 판정, 단서조항 많아…사실상 "그때그때 달라"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6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중앙선관위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관련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요청한 질의사항을 논의한다. /사진=뉴스1


김기식 금감원장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에 위법소지가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국회가 혼란에 빠졌다. 위법이라는 판단과 동시에 부수적인 경비는 정치자금으로 지출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놔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16일 밤 전체회의 결과 김 원장이 과거 의원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수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대해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외출장의 목적과 내용, 업무관련성 등을 따져야 한다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국회의 지원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사회상규상 판단돼야 한다는 것. 돌려 말하면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문제로 제기된 비서 동행에 대해서도 '그때그때 다르다'는 해석이다. 선관위는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출장목적 수행을 위해 보좌직원 또는 인턴직원을 대동하거나 해외출장 기간 중 휴식 등을 위하여 부수적으로 일부 관광에 소요되는 경비를 정치자금으로 지출하는 것만으로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선관위의 해석에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법대로 하면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들이 눈에 띈다. 한 여당 의원은 "출장 시 해당 국가 관계자 등을 만나는 공식 일정이 하루라도 빠지면 승인이 안 난다"며 "어떻게 하든 공식 일정 수행이고, 선관위에서도 공식일정 수행 중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별 문제 없다고 반응했다.

이는 일부일 뿐, 사실상 피감기관 출장이 가로막혔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단서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사퇴 파문까지 부른 사안이다. 굳이 문제가 될 일을 않겠다는 몸조심이다.

말 그대로 관행으로 이뤄졌던 피감기관 지원 출장이었다. 최근 청와대는 선관위 유권해석 의뢰 전 19·20대 국회의원들의 피감기관 통계를 공개했다. 무작위 16개 기관의 출장을 살펴본 결과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출장은 167차례였다. 민주당 의원이 65차례, 한국당이 94차례였다.

2016년 9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피감기관 지원 출장이 크게 줄었음에도 이 정도다. 앞으로는 이같은 출장이 뚝 끊어질 것이란게 국회 전망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에도 전액은 아니더라도 피감기관의 일부 지원을 받아 가는 경우가 간혹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이마저도 이제는 찾기 힘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참에 관련 국회법을 개정해 의원들의 잘못된 관행을 자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예산으로 가는 출장이라도) 업무와 무관한 외유성 출장이면 여비를 반납하고 공항 이용과 해외공관의 과잉 의전도 축소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의 외교활동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관련 국회법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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