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추경' 부터 '빵 먹방'까지…여당 원내대표 회의 1년

장면 #1. 2기 원내대표단 구성 - 2017년 5월22일 아침

대선 승리의 흥분 분위기가 여전히 감도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
원내대표단이 입장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우원식 (잔뜩 상기된 얼굴) 문재인 정부의 지상과제는 민생, 즉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다. 이를 위해 야당과 적극적인 협치, 소통을 해 나가겠다. 제가 협치를 위한 '상머슴'이 되겠다고 했는데 (일동 웃음) 야당은 저를 소통의 통로로 마음껏 활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해설. 대통령 선거 직후 이뤄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우원식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20대 국회 2기 원내대표단이자, 문재인 정부 1기 원내대표단이 출범한다. 먹고사는 문제, 즉 '먹고사니즘'(먹고살다+ism)을 지상과제로 꺼내들었다. 일자리 추경,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숨가빴던 우 원내대표의 1년이 시작됐다.

장면 #2. 일자리 추경 - 6월20일 오전 9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출된 지 2주가 됐지만 아무 진척이 없다.

우원식 (허탈한 표정으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추경 심사가 전혀 진전되고 있지 못하다.

(장면전환)

국회 귀빈식당 - 22일 오전 10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앞에 올려두고.

우원식 (단호한 목소리로) 오늘은 합의를 해주세요.
정우택 (합의문을 힐끔 보면서) 추경이 포함된 합의문에는 합의 못 합니다.
우원식 (한숨을 내쉬며) 하아…(주호영, 김동철에게 눈길을 돌린다)
주호영, 김동철 (민망한 얼굴로 우원식의 눈길을 피한다)

(장면전환)

원내대표 대표 회의실 - 22일 오전 11시

합의가 결렬된 뒤 바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우원식 (불거진 눈시울) 제가 정말 한 달 동안 참고 참으면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울먹인다) 하려고 얘기를 해왔는데. (눈물을 닦으며) 자유한국당 너무하지 않습니까. 국민의당에도 섭섭합니다.

박홍근 (당황한 표정으로) 네 여기까지 하시죠. 여기까지.

해설. 문 정부 첫 추경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던 우 원내대표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새 정부 인사 문제 등을 이유로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를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 설득했지만, 불발됐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추경은 다음달 22일이 돼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협조 덕에 간신히 통과했다. 45일 만의 통과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파리바게뜨와 노동조합의 제빵기사 직접고용 관련 최종 합의를 축하하며 빵을 시식하고 있다.

장면 #3. 최저임금 인상 - 2018년 1월16일 오전 9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들어온다.

박홍근 (빵을 꺼내며)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고통을 해소하고 응원하는 차원에서 파리바게뜨 빵을 사왔다
우원식 (한입 베어물며) 파리바게트 가맹점주 파이팅! 파이팅!
원내대표단 (웃음을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나) 파이팅! (빵을 베어물고 포즈를 취한다)

우원식 (자리에 앉아)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진짜 소상공인들의 등골브레이커는 재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 그리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부당한 임대료 인상 등이다.

해설. 2018년 1월, 최저임금 인상 이후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세우며 야권의 공세를 막아냈다. 여당 원내대표단과 정부가 합심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한 결과 지난 7일 기준, 신청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예상한 신청 대상의 43.5%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010년 어머니가 최고령 이산가족으로 북에 두고 온 우 대표의 큰 누이를 60년 만에 상봉하는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장면 #4. 평창동계올림픽 - 2018년 2월13일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어느날. 우 원내대표, 액자를 들고 들어온다.

우원식 (액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보이며) 지금은 102세가 되신 제 어머니다. 북한에 누님이 두 분 계시는데,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둘째 누님을 만나는 것이다. 북한이 화해와 교류, 협력의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이다.

해설.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청와대 주도로 북한과의 대화국면이 펼쳐졌다. 한국당은 '평양 올림픽'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일은 청와대가 하지만, 국회에서 쏟아지는 비판은 여당 원내대표단의 몫이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단은 어머니 사진 등을 꺼내들며 남북 화해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비판을 막아냈다. 평창올림픽이 끝났지만, 화해 무드는 이어지고 있다.

남은 장면들 #5. 개헌안 협상, 또다른 추경 - 4월, 5월

해설. 우 원내대표와 2기 원내대표단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그간 일자리 추경, 최저임금 인상 등 난관들을 돌파했지만 임기 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직 대형 과제들이 남았다. 국회에서 협상을 시작한 개헌안이 첫 과제다. 노력 끝에 지난 27일 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을 개헌안 협상 테이블에 앉히긴 했지만, 의견은 평행선을 달린다. 청년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도 오는 6일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지난번 추경의 악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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