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국회에 '#미투'법은 많은데…처리가 숙제

[the300]계류법안은 증가…가해자 처벌 강화·2차 피해 방지 등 개정안 구체화 추세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평소 인권 의식을 드러내 왔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성폭력 의혹에 연루된 가운데 젠더(性)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된 것을 계기로 국회에서도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이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발의되고 있지만 법안 심의와 통과는 막막하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검찰 조직 내 성폭력 폭로로 '미투' 운동이 촉발된 이후 관련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의 개정안들이 다수 국회 계류 상태다.


내용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주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한편 처벌은 현행법보다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고 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처벌 강화…공소시효 없애자=당장 최근 '미투'로 드러나고 있는 성폭력 사건들이 안 지사 경우처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최근 발의된 개정안들에는 업무상 위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바른미래당이 최근 '이윤택 처벌법'이란 별칭을 붙여 패키지로 발의한 관련법 중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달 말일 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의 처벌 수위를 현행 '2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한해서 공소시효를 없애는 특례 조항을 마련했다.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발의한 같은 법 개정안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간'에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자는 신설 조항을 담았다. 강간죄에 한해서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이 아닌 형법의 처벌 수위를 적용하자는 설명이다. 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도 현행법보다 처벌 수위를 높인 '3년 이하 징역, 1500만원 이하 벌금'을 적용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피해자에게 치유·보호받을 권리 보장…2차 피해도 방지=당장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등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자는 내용의 개정안도 국회에 다수 계류돼 있다.


지난달 28일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직장 내 성폭력 등의 사례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질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불이익을 금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현행법에는 '해고' 정도가 법으로 방지할 수 있는 2차 피해 수준이었지만 개정안에는 △파면 △징계 △감봉 △승진 제한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 △성과평가에서의 차별 △임금이나 상여금 차별 지급 △교육훈련 기회 제한 △집단 따돌림 또는 폭행 등으로 금지하는 것을 명시했다.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간사인 정춘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아예 피해자들이 치유·보호받을 기회를 보장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가 수사나 치료 등을 위해 일터를 비워야 할 경우 직장에서 이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할 의무를 법에 명시하는 내용이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 형태 근로자들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보호할 근거법도 국회 계류 상태다. 정 의원이 지난해 말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골프장 캐디, 신용카드 모집원 등이 직장 내 구성원은 물론 고객에게 피해를 입을 경우에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국가에 성폭력 예방 책임을…'사각지대' 줄이자=국회 등 성폭력 범죄 관련법 '사각지대'인 국가기관과 공공단체에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기 위한 법안들도 등장했다. 기존 법안들이 민간 영역에서의 직장 내 성폭력 등을 담는 경우가 많아 국가 기관과 공공 기관이 성폭력 사건의 '사각지대'라는 지적 때문이다.


정춘숙 의원의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은 △성희롱 예방교육 △자체 예방지침 마련 △성희롱 사건 재발방지대책의 수립·시행 등을 국가기관장과 민간의 고용주(사용자)가 성희롱 방지를 위해 취해야 할 의무로 명시했다. 정 의원은 국가공무원법에도 성 비위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의 징계 처분을 위해 젠더폭력 전문가를 포함하자는 제안을 담기도 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국가가 애초부터 모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예방할 책임을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요구가 담긴 법안도 국회에 올랐다. 정춘숙 의원의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 내부 독립기구로서 성폭력을 신고·상담할 수 있는 인권 센터를 마련하자는 움직임도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 젠더폭력특위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운영위원회와 국회 사무처 등에 이를 위한 직제안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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