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로]근로시간 단축, 길고 긴 5년간의 '산고'…밤샘 협상 끝 '타결'

[the300]이채필 고용부 장관이 문제제기, 2013년 국회 본격 논의 시작.. 5년간 논의 끝 '타결'

여야가 27일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에 전격 합의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지 5년, 문제가 제기된 지 6년만이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시작 된 건 지난 201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주 40시간 노동이 규정됐음에도 실제 근로시간이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으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고용창출이 저해된다는 문제의식이 컸다.

이채필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 제도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근로시간 제도를 상식에 맞게 적용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던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고 근로시간 특례업종 수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당시 정부는 19대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처리되길 희망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과 이완영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18대 대선 이후인 2013년까지는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대선이라는 '블랙홀'에 모든 이슈가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2013년 정치권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국정과제로 선정됐고 김성태 한국당 의원도 개정안을 냈다.

2013년 6월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연장근로 한도에 휴일근로를 포함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3년말 여야가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안에 재계와 중소기업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처리가 불발됐다. 신계륜 당시 환노위원장도 중소기업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금감소가 예상되던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국회는 2014년 2월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동계와 재계 의견수렴에 나섰다. 두달여 동안 노동계와 재계, 정치권이 논의했으나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별연장근로 입법화를 두고 노사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0월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연장근로 한도를 1년간 주 20시간까지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당시 야당과 노동계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사실상 주 60시간 노동을 법제화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고용 유연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안을 들고 나오면서 여야간 대결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한동안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파견근로자법과 기간제근로자법 등 노동개혁 관련 5대법안이 주요 논의대상이 됐다.

2015년 9월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의 추진 주체인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공전을 거듭하다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 유연성 강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정치권은 2016년에도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성과는 없었다. 하반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순탄치 못했다. 환노위는 지난해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5차례 이상 합의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하태경 고용노동소위원장은 1주 최대 근로시간 52시간 규정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 적용하는 안을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재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7월에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를 제외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 유예기간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8월에는 유예기간을 놓고 '1년·2년·3년'(여당안)과 1년·3년·5년(야당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확인 후 적용키로 했으나 여당이 유예기간을 줄이자고 요청하면서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1월에는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환노위 간사들이 △규모별 단계 적용 △특별연장근로 불허 △중복할증 불인정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을 내놓았으나 이용득과 강병원, 이정미 등 강경파 의원들이 반발하며 논의가 지속됐다. 다음달 15일 당정청은 노동계와의 협의를 거쳐 중복할증을 인정하고 특례업종을 폐지한다는 안을 내놓았으나 결국 근로시간 단축은 해를 넘겼다.

지난 1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민간기업 공휴일 유급휴일화'를 제시하고,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근로시간 단축 협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또 여당은 1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정공휴일 유급화와 주휴일 근로금지 등의 대안을 제출받았다. 새로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에 대한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도 무마하는 계기가 됐다. 

여야는 26일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밤샘협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간 충돌이 있기도 했으나 27일 새벽 결국 최종합의에 도달했다. 환노위는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안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은 결국 법사위와 본회의 만을 남겨두게 됐다. 법안처리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법사위 결과에 따라 2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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