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펜스의 외교결례가 文대통령에게 남긴 숙제

[the300]북미 접촉·대화 가능성에 찬물…한미공조 견고함 증명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나란히 서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맞아 '외교 결례'를 불사하며 대북 강경 메시지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을 선언했지만, 가장 중요한 동맹국의 부통령이 보인 돌출행동에 옥의 티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 리셉션에 지각했다. 문 대통령의 '평화올림픽 선언'을 듣지 못했다. 이후 만찬 시간에 리셉션장에 입장했지만 일부 정상급 인사들과 인사를 간단히 나눈 후 5분 만에 퇴장했다. 자신의 자리가 있었던 헤드테이블에는 앉지도 않았다. 외교 결례로 해석될 여지가 큰 행동이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오후 6시30분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고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다.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의 헤드테이블에는 펜스 부통령의 명패가 이미 마련돼 있었다. "좌석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틀린 것이다. 

펜스 부통령이 사실상 리셉션을 보이콧하는 결례를 저지른 것은 북·미접촉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리셉션 헤드테이블에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자리도 마련돼 있었다. 펜스 부통령은 시종일관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해왔고 우리 측에 "북측과 돌발접촉이 안 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 위원장과 인사 조차 나누지 않았다.

개막식에서도 펜스 부통령은 북측과의 접촉을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의 계획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앞에 앉아야 했다. 하지만 실제 확인된 바로는 펜스 부통령은 자신의 부인인 캐런 여사와 자리를 바꿔 독일 대통령 내외 앞쪽에 앉았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대화가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펜스 부통령은 8일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다. 우리의 공동의 목표"라며 "미국은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북한이 핵무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펜스 부통령은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방한 이후에도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로 일관했다.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 풀려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와 함께 방한을 했고, 탈북자들을 만났다. 북한에게 폭침당한 천안함이 있는 평택2함대 사령부도 찾았다. 북한에 대해 "자국민들을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고 날을 세웠다.

자타공인 '강경파'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방한한 인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공을 들여온 게 견고한 한·미동맹의 과시였다. 미국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펜스 부통령의 결례는 문 대통령의 향후 대북정책 추진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게 분명하다. '혈맹'인 미국의 견고한 지지를 받는 것은 국내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이날 결례를 불사하고 강경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문 대통령은 "한·미 공조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정치적 공세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남·북 대화 국면을 북·미대화로 확대할 수 있게끔 중재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암초를 만났다. 반드시 북한과 대화 국면을 연장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의 결례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과 공조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명백하게 증명할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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