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티켓 판매 '기업리스트'…'약점' 대기업 팔 비틀기?

[the300]부영 회장 검찰 소환조사·미래에셋 공정위 조사·하나은행 '채용비리'수사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가 티켓 구매를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에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할당량을 세우고 점검하는 것은 ‘관행’을 넘은 ‘강매’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평창 티켓 판매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0일 이낙연 총리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에 참한 이후부터다. 이 총리는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티켓 구매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주문했다.

기업들은 "조직위원회의 도움을 요청받은 것은 맞지만 강매는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과 LG는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거나 일부 선수 후원하는 수준에서 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속 사정은 좀 다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달 총리가 전경련을 찾아왔을 때 사실상 공문을 준거나 마찬가지였다"며 "티켓을 일부 샀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미 단체 티켓을 샀는데 또 구매 요청 전화를 할 줄 몰랐다"며 "정권이 바뀌었지만 '관행'이란 명목으로 하는 모양새는 똑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총리가 티켓을 사라는 상황에서 성의표시를 안 하면 찍힐텐데 어떻게 안 사느냐"며 "삼성 문제도 있었던 만큼 내부적으로 사느냐 마느냐 논란이 많았지만 살 수밖에 없었고, 대외적으로는 자발적으로 샀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만든 '동계올림픽 입장권(개‧폐회식) 판매 확대 방안’ 문건에는 개·폐회식 ‘A석 티켓 판매’ 필요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장에 150만원짜리다. 대기업이 떠안지 않고는 소화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가 작성한 판매 대상 대기업 리스트엔 최대주주가 검찰 조사를 받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약점이 있는 기업들에 티켓 구매를 '요청'해 사실상 팔 비틀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해당 문건에서 ‘중점 판매활동 대상’ 대기업으로 삼성, LG, 두산, 부영, 미래에셋, KT&G, CJ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주요 경제단체장이나 기관장, 기업 오너 등에 직접 전화를 해 티켓 구매를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리스트를 두고 경제계는 "참 공교롭다"는 반응이다. 재계순위 16위인 부영과 19위의 미래에셋 등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반면 상위권인 현대자동차나 SK그룹 등은 빠졌기 때문이다. ‘톱10’ 외 기업들은 소위 ‘약점’을 갖고 있다.

부영은 이중근 회장이 탈세·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있다. 검찰은 특가법상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공정거래법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위반 등 5가지 혐의를 두고 있다.

미래에셋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그룹 내 부동산관리업무를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이 박현주 회장과 부인 등 일가가 최대주주인 가족회사인데, 계열사 일감을 몰아준 혐의다.

뿐만 아니라 은행 가운데 명시된 하나은행, 국민은행은 최근 대검찰청 반부패부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오전부터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처럼 회사 대표가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거나 정부부처와 '현안'이 있는 대기업이 포함돼 판매 권유가 압박이나 강매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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