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대통령 참모진을 소개했다. 특정 '수석'에 배속되지 않는, 그러나 파워는 수석 못지않은 참모들이 적잖다. 대통령 자문이자 사안에 따라 '레드팀'(반대입장)을 해야 하는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이 그렇다. 비서실장 직속의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살림을, 연설비서관은 대통령의 말과 글을 각각 책임진단 점에서 없어서는 안될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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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
◇국회의원 대신 '靑 보좌관' 문미옥=과학기술보좌관은 경제보좌관과 함께 정책실장 직속에 위치한다. 거시적인 과학기술정책의 방향타를 잡으면서, 동시에 대통령의 '과학기술 교사' 역할을 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간사위원도 겸하고 있다. '혁신성장'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직책이다.
과학기술보좌관으로는 문미옥 보좌관이 활동하고 있다. 물리학자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영입했던 인물이다. 당시 문 보좌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두고 "과학기술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며 과학기술부의 부활을 주장했다. 이후 비례대표 7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현역의원직을 포기하고 청와대로 들어왔다.
학자 시절부터 '인재육성'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의정활동 시절에는 학생연구원의 근로계약 체결, 재외국민 과학기술인력의 유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강화 등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국가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의 근로계약 체결 및 4대 보험 보장 의무화 △생애기본연구비 신설 및 지원 △박사 후 연구원의 적정 인건비 지급기준 마련 등을 약속한 것의 배경에 문 보좌관이 있었다는 평가다.
◇'7급' 출신 원칙주의자 이정도 총무비서관=지난해 5월10일 세종시에 있었던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낙점됐으니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전화였다. 문 대통령과 인연이 없는 그는 뜻밖의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짐을 싸서 상경해 청와대로 향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인사관리와 재무·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이다. 7급 공무원 출신인 그를 발탁한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8개월이 지나 이 비서관을 두고 "이정도일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온다. 별명은 '통곡의 절벽'. 예산낭비 없는 청와대를 위해 참모진들의 각종 요청에 '노(no)'를 외치고 허리띠를 졸라맨 끝에 나온 수식어들이다. 그는 "국민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철칙을 유지해왔다.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30% 삭감했고, 문 대통령이 식대까지 모두 자신의 봉급에서 부담하게 했다.
'문재인 시계'도 직원 생일선물로만 지급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문 대통령 조차 '문재인 시계'를 당선 이후 첫 생일을 앞둔 지난 23일에야 받았다. "청와대 행사에 대통령 기념 손톱깎이 세트를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와대 직원들의 '원성(?)'은 들을지언정, 자신이 파격 발탁된 이유인 '철저한 시스템과 원칙에 따른 청와대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文대통령의 필사, 신동호 연설비서관=신동호 연설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연설문과 메시지를 담당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때는 캠프 메시지팀 일원이었고, 2015년 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부터 연설문을 주도적으로 썼다. 지난 대선 때는 캠프 메시지팀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2012년 당시에는 정치는 전혀 모르고 글만 쓸 줄 아는, 선배들에게 자주 혼나곤 했던 일개 팀원"이라고 회고한다. 5년이 지난 지금은 '대통령의 필사'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신 비서관은 시인이다. 1984년 강원고에 재학하던 당시 '오래된 이야기'로 등단했다. 이후 '겨울 경춘선', '저물 무렵', '꽃분이의 손에서 온기를 느끼다' 등을 썼다. 한양대 85학번으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한양대 86) 등과 학생운동을 한 운동권 출신이기도 하다.
연설문은 신 비서관이 작성한 후 문 대통령이 직접 검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펜으로 줄을 그으며 꼼꼼하게 연설문을 검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쉽지 않은 자리지만 '노무현의 필사'였던 강원국 전 연설비서관은 "내가 신 비서관 만큼 썼으면 노 대통령께 안 혼났을 것"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동적"이라고 했던 장진호 전투기념비 연설문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감성적이고 섬세한 문체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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