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공공형 어린이집 활성화법

[the300]종합

미운오리새끼 '공공형 어린이집', 국공립과 함께 날 수 있을까


지난 4월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시점이다.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는 안 후보의 발언 때문이다.


안 후보의 해명에도 소용없었다. 안 후보가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3040 부모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단설 유치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공교육기관으로 부모들의 호응이 높다. 결국 이 사건 이후로 안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했다. 대선의 향방을 가른 발언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에서 그만큼 보육과 교육 이슈는 뜨거운 감자다. 정부도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2017년 정부의 보육료 예산은 5조3734억원. 여기엔 영유아보육료,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어린이집 지원, 가정양육수당이 모두 들어간다. 가장 큰 비중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 지원으로 국비만 3조1380억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줄지 않는 대기순번’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대기자 수는 28만 명이 넘는다. 전체 국공립 정원이 18만 명이 안 되는 현실에서 1.5배가 넘는 대기인원은 부모들의 국공립 선호를 분명히 보여준다.


민간 어린이집, 가정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등 전국에 4만개가 넘는 어린이집이 있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어린이집 이용아동 145만명 중 국·공립을 다닐 수 있는 아동은 10%가 조금 넘는 정도다.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2018년 말까지 14.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도 국비 714억 원을 투입한다.


정부의 계획과 부모의 바람이 만나는 지점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보육서비스’이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제 보육아동의 45%가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국·공립, 공공형, 직장 어린이집을 확충한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새로운 형태의 어린이집이 아니다. 정부가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과 가정어린이집 중 우수한 곳을 선정해 운영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2011년부터 시작했는데, 현재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2266개소의 공공형 어린이집이 운영중이다. 보육교사 급여, 유아반 운영비 등 최대 월 100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2018년엔 공공형 어린이집에 610억원이 국고를 지원해 이용 아동수를 11만8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공공형 어린이집 활성화법’이다. 부족한 국·공립어린이집을 보완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개인운영 어린이집을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지정,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민간보육시설을 양질의 보육을 제공하는 공공보육시설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이미 6년 넘게 시행돼 자리 잡고 있는 지원제도다. 새로운 어린이집 유형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민간보육시설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유인책으로서 공공형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법은 타당한가?”=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을 말할 때 국민들은 보육서비스의 ‘질’을 말한다. 부모들은 국공립을 요구하고, 민간보육시설 운영자들은 재정지원을 전제로 한다. 90% 가까운 영유아들이 민간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다니는 현실에서 정부의 해법은 국·공립을 대폭 확충하기보다 ‘국·공립 수준의’ 공공형을 보완책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결국 부모들이 체감하는 ‘수준’이 기준점이 될 것이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공공형 어린이집에 대한 민간보육기설의 평가는 온도차가 있다.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규제는 강하다는 것. 부모들의 공공형에 대한 선호도 뚜렷하지 않다. 이처럼 공공형에 대한 지지세력은 분명치 않지만 반대는 분명하다. 국·공립 확충이 원칙이다. 부모들의 의사도 현재로서는 분명하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2009년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서울형 어린이집’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원순 시장도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서울형 어린이집을 꾸준히 지원했다. 현재 1076개의 민간보육기관이 서울형으로 인증받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박시장의 ‘서울형’은 민간지원이 아니라 민간을 인수해서 시립, 구립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신축하는 것과 비교할 때 적은 비용과 짧은 준비기간이 장점이다. 서울시의 국공립 어린이집은 1274개소로 전체 어린이집 6231개 중 20.4%에 달한다. 현재 준비 중인 327개소가 개원하면 국공립은 1601개소, 24.4%까지 늘어난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공공형은 국·공립의 일부 보완책이지 절대 대체물은 될 수 없다. 부모들의 국·공립에 대한 요구는 어떤 방법으로도 낮출 수 없다.



국공립 선호가 낳은 공공형 논란..정치권도 "복잡해"


일반적인 쟁점법안과는 달리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의 찬반 진영이 뚜렷하게 나눠지지 않는 양상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의 존립 근거를 보완해주는 인재근 의원의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뚜렷한 입장이 없다. 어린이집 업계 내부에서도 찬반 여론이 섞여있는 복잡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 어린이집을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고 추가로 지원하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불편한 기색이다. 공적 영역을 지속적으로 공공형 어린이집에 내주는 모양새다. 반면 일반 개인 어린이집 중 공공형 전환이 가시적인 영역의 어린이집 원장들은 전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지원이 늘어나고 원아 모집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공공형 전환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개인 어린이집들은 공공형 확대에 대해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공공형으로 신규 전환된 어린이집들이 원아 모집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영유아들의 수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아모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복잡한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내에 대체로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에 대한 여론이 혼재돼 있는 경우가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인재근 의원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출신인 최도자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입장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논란은 기본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에서 출발한다. 국공립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하지만 턱없이 숫자가 적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대체재로 공공형 어린이집이 자리를 확보했다. 이전 정부와 현 정부가 모두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를 대안으로 삼아 왔다.

중간에 낀 공공형 어린이집들도 할 말이 많다. 장두옥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장은 "공적 교육기능 확대가 목표라면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가 목표 달성 시한을 앞당기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지위가 보장되는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3년마다 재선정을 받아야 하는 공공형 어린이집 교육 서비스의 질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뒤흔든 '어린이집 잔혹사'…"어린이집 원장 편 드는 건 아니죠?


"밖에 알려지면 오히려 법안 처리가 힘들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공형 어린이집 활성화법(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대해 의원실과 일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여당이 공공형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법안 발의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국공립 어린이집을 비롯해 관계자들 사이의 논란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 이슈는 정치권에선 함부로 건드렸다간 '큰 코 다치는' 만만찮은 주제다. 요즘 30~40대 '워킹맘'들은 양육과 교육 관련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내고 행동에 나선다. 선거 때마다 이들의 여론 동향에 후보들의 희비가 갈리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여론 뿐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과 보육교사,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엇갈리면서 법안 발의나 처리 과정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병설 유치원 발언과 관련 정책 내용 뿐 아니라 사립유치원 단체 행사장이란 점도 문제였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로비에 따른 보육 정책 공약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더욱 들끓었다.

 

실제 사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원장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곤 한다. 지난 2015년 '어린이집 CCTV 의무화법'이 처리 과정에서 어린이집 관련 단체의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로비에 의해 '누더기 법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었는데 국회 논의과정에서 보호자의 CCVT 열람, 적발 어린이집 영구 퇴출, 네크워크 카메라 등의 내용이 당초 취지보다 약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린이집 단체는 각 지역별로 조직화해 선거 때 막강한 표심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의원 후원금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후문이다.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선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힘들다.

 

공공형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이번 법안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공공형 어린이집, 민간 어린이집으로 각각 나뉜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또 어린이집 유형과 보육 정책에 관해 국회의원들 간 견해차도 상당해 법안 처리에 진통이 발생할 여지도 크다.

 

이 경우 '워킹맘', 나아가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지 불신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약속에 그치지 않도록 무엇보다 법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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