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내 삶을 바꾸는 개헌,양성평등→성평등

[the300]종합

양성평등vs성평등…개헌 열쇠는 동성애 판도라의 상자 열까


"동성애 좋아합니까. 답해주세요."(홍준표)
"그렇지 않습니다."(문재인)
"동성애 반대하십니까"(홍준표)
"그럼요. 저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차별에는 반대합니다."(문재인)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동성애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당시 TV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질문에 "차별을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것과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답변으로 곤욕을 치렀다. 주요 지지층인 진보 진영에서 성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성애 문제는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라는게 정치권의 상식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으면서 동성애에 대한 호의적 시각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수진영과 종교계에서는 여전히 이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동성애 발언이 폭발력을 가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동성애 찬반 논란의 파괴력은 헌법개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이 됐던 동성애 찬반 논란이 개헌 논의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핵심은 헌법 36조1항이다. 현행 '양성평등' 표현을 '성평등'으로 변경하느냐 마느냐다.

◇양성평등이냐 성평등이냐=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정하고 있다. 핵심은 양성평등이다. 양성은 여성과 남성 두 개의 성(sex)만을 인정한다. 반면 이를 성(gender) 평등으로 고칠 경우 동성혼을 포함한 다양한 결혼을 헌법적 결합으로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찬성 측은 동성애에 대한 권익 보호 차원에서도, 남녀를 대결구도로 보는 사회적 시각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양성평등'보다 '성평등'으로 표기하는게 낫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수단체가 중심이 된 반대 측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거라고 주장한다.

정치권도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자유한국당은 '성평등' 개헌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대선후보 당시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김명수 대법원장 청문회 당시에도 정우택 원내대표가 "동성혼이나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법적 가치관과 종교적 가치관을 흔들 위험성이 대단히 크다"며 동성애 합법화 움직임에 대한 강한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바른정당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성평등 개헌'에 일단 긍정적인 입장이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올 초 성평등 개헌을 공식 주장했다. 헌법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한 관계를 보장해야 하는데, 여성과 남성 간 평등을 위해서는 '성평등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성평등 개헌 추진 의지를 수 차례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찬성 진영의 움직임도 일단 보수진영과 종교계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며 동력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다. 민주당은 최근 정 의원을 개헌특위에서 뺐다. 대신 같은 당 권미혁, 진선미 의원 등이 특위에 합류했지만 성평등 등 기본권을 전담하는 1소위에는 배정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첨예한 갈등에서 한 발을 뺐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 대표의 '성평등 개헌' 추진 의지도 정작 개헌특위에서는 제대로 구체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동성애, 종교이슈인가=동성애 반대의 핵심엔 개신교가 있다. 이들은 동성혼 합법화에 알러지성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헌특위가 전국 투어에 나서 처음 토론회를 열었던 부산에서도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동성애 관련 질의를 이어가며 사실상 회의 진행을 반대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또한 대부분 기독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애 찬성 의원들에 대한 이른바 '문자폭탄'은 일반적이다. 종교계가 중심이 된 시민단체들은 개헌특위 1소위 의원들에게 하루 수천통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의원들의 소위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는 개신교계 내부의 반 동성애 분위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동성애까지 허용하면 모든게 무너진다는 분위기가 읽힌다"고 말했다.

동성애를 막아야 한다는 교단의 원칙과는 별개로 보수진영의 정치적 수요가 '성평등 개헌' 반대 움직임의 주축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진영 현장 행동력의 핵심인 '아스팔트 보수'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동성애 문제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종교계가 이를 통해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국정감사를 계기로 관심이 급증한 에이즈 문제도 성평등 개헌에 반대하는 보수진영의 단골 소재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추가된 에이즈 환자가 남성 1002명 여성 32명인데 대부분 동성간 성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어 "극도로 위험한 질병인 에이즈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에이즈의 주요 발병 원인이 동성애라는 사실도 공개하는데 소극적이다"고 주장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이에 대해 "에이즈는 콘돔으로 예방이 가능한 성병이며, 에이즈 뿐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은 모두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맞서며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성평등vs성평등…정부·법률서도 혼재돼서 사용되는 두 용어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해 들어서다. 양성평등이 제3의 성(性)이나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포괄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정작 관련 법률이나 정책에서도 두 용어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사용하면서, 개헌에 앞서 개념에 대한 단어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성 정책 공약에서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후보 시절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생명권, 안전권, 성평등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36조 1항에 명시된 '양성의 평등'이란 용어 대신 '성평등' 용어를 앞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무총리 산하 양성평등위원회도 성평등위원회로 이름을 변경하겠다고 약속했다. 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격상시키면서 기구이름에서도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14일 현재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성평등위 출범 준비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정부 차원의 위원회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 부처도 일상적인 정책용어에서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을 사용하는 모습이다. 여가부는 지난 7월 초 양성평등주간 슬로건을 '함께하는 성평등,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법명인 양성평등주간은 수정하지 못했지만 슬로건에서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을 사용한 것이다.

다만 여가부 측은 두 용어 사용에 대해 엄밀한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당국자는 "여성가족부는 유엔과 OECD 등 국제기구가 사용하고 있는 성평등(gender equality)개념을 지향하고 있다"면서도 "꼭 양성평등을 사용한다, 성평등을 사용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국자도 "법에서도 두 용어를 혼용해서 쓰고 있는 만큼, 정부정책용어도 상황에 따라서 혼용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용어에서는 성평등과 양성평등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행 양성평등기본법은 두 가지 단어를 혼용해 사용되고 있다. 제3의성을 포함한 성평등 개념이 없는 양성평등기본법임에도 3장 15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정·개정을 추진하는 법령과 성평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획 및 사업 등이 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여야 한다"고 한다고 했다. '국가성평등지표'나 '지역성평등지표' 같은 합성어에서도 큰 고민 없이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양성평등 용어의 성평등 교체가 일반 국민 법이해와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개헌특위 관계자는 "성평등으로의 개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는 국민들도 다수"라며 "양성평등과 성평등 용어가 갖는 의미에 대한 국민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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