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눈먼 돈' 특활비, 이번엔 뿌리 뽑힐까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현직 국회의원 5명에게 국정원이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소식을 접한 한 전직 의원은 "'국정원에서 의원들에게 수시로 봉투를 가져다 주는데 받으면 안된다. 조심해야 한다'고 중진 의원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기자에게 털어놨다. 19대 때 처음으로 뱃지를 단 그에게 선배 의원이 걱정어린 충고를 한 것이다. 이처럼 국정원이 특활비 상납을 관행으로 여겨온 점이 정치권에서 드러났다. 

특활비는 국정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2년전에도 특활비가 여의도 국회를 흔들었다.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가 여당 원내대표를 하던 시절 매달 받은 국회 특활비 일부를 생활비에 썼다고 고백하면서다. 그러자 당시 야당 의원도 상임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받은 특활비를 자녀 유학비로 썼다고 자백했다. 국회는 발칵 뒤집혔고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을뿐 2년 후가 지난 지금에까지 특활비 개선 문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특활비 문제는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검찰의 특활비가 문제였다. 법무부 검찰국장 간에 오간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 문 통령이 전격 감찰을 지시했다. 최근에는 국정원에서 문제가 터졌다. 박근혜정부 시절 수십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상납된 사실이 드러난 뒤 전직 국정원장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본격적인 제도개선에 나설 태세다. 정부 측에서 특활비에 대한 '국회 논의'를 공식석사에 요청하면서 제도개선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빠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활비 문제에 대해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관련 법안도 이미 발의한 상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특수활동비 예산 총액편성의 법적근거를 명문화하면서 특수활동비의 집행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요구하는 경우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산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고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야권에서도 특활비 문제 개선에 적극 동조할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특활비 문제점이 이번에 손질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수년간 특활비 사용처 논란이 지속됐고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성과는 '제로(0)'에 그쳤다. '눈먼 돈'처럼 편하게 특활비를 써오던 관행이 유지됐고 매년 비슷한 문제가 반복해서 터져나왔다. 

문제가 터지면 정치권은 서로 남탓하기 바빴다. 옛 것을 따르는 '관행'이 모두 잘못됐다고만 볼 순 없다. 그러나 비판을 받는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법제도를 바뀌기 위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절대적인 각오가 있어야 한다. 국회부터 특활비를 폐지하는 등 특활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이루는 것이 적폐청산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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