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에 '1억불 펀드'로 러브콜, 中과 관계개선도 가속화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 제시와 대중관계 회복이라는 동남아시아 순방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정상회의에서는 1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인프라펀드 등을 언급하며 아세안에 러브콜을 보냈고, 중국의 리커창 총리와도 만나며 양국 관계회복 무드를 강화시켰다.

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된 아세안 기업투자서밋(ABIS)에서 "한국은 아세안 관련 기금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며 "글로벌인프라펀드에 2022년까지 1억 달러(약 1120억원)를 추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약 200억원씩, 향후 5년 동안 아세안에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펀드 금액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협력기금 출연규모를 2019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연간 1400만 달러로 확대하겠다"며 "한-메콩 협력기금은 현재의 세 배 규모로 대폭 확대하겠다.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 협력기금으로 자유무역의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시작점이니 지원금액 자체를 키워나가는 단계"라며 "정책적 노력 강화라는 방향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통, 수자원, 에너지, 스마트 정보통신 등 아세안 내 역내연계성(Connectivity)을 높일 수 있는 4가지 분야가 주요 협력 대상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아세안 대도시의 과밀화와 교통문제를 함께 고민하겠다. 한국의 우수한 고속철도 건설과 운영 경험을 고속철도 건설을 희망하는 아세안 국가와 적극 공유하겠다"며 "한국은 다양한 스마트시티 조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마트네이션 건설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수월한 아세안 국민들의 한국 방문을 위한 사증(Visa) 제도 개선 검토 △정부 초청 아세안 장학생·연수생 확대 △아세안 직업기술교육훈련(TVET) 지원 계속 △아세안 협력 지원을 위한 '범정부 아세안 기획단' 설치 △아세안 주재 재외공관의 기업지원 기능 및 조직 강화 등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 본인이 "나부터 임기 중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여 깊은 우정을 나누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호혜적인 경제협력을 지향한다. 자유무역의 혜택을 양쪽이 함께 누려야 할 것"이라며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현지인 일자리를 늘리고, 기술공유를 통해 해당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투자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를 넘어 위기 때 힘이 되어주는 '평화를 위한 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동남아 순방을 통해 선보인 신남방정책의 비전을 더욱 확고히하기 위한 의도다. 신남방정책은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중국 수준인 20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G2(미국·중국)에 대한 지나친 외교 의존도를 낮춘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경제가 강대국의 '종속변수'를 넘어, 주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은 "신남방정책은 아세안뿐만 아니라 인도도 대상국이 된다. 머지않아 인도 방문이 이뤄진다면 신남방정책의 내용이 점차 채워지게 될 것"이라며 "극동지역의 신북방정책과 아세안의 신남방정책이 ‘J-커브’ 모양으로 남북으로 연결되는 번영축을 구축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장기적인 지역적 경제 협력의 틀을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동남아 순방의 또 다른 목표였던 대중관계 회복에서도 추가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가진다.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자 정상회담을 한 지 이틀만에 중국의 '2인자'와도 마주하는 것이다. 시 주석과 큰 틀에서 양국 우호관계 및 발전적 미래에 합의한 후의 회동으로, 경제·문화와 관련해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간에 좀 더 실질적인 개선 방안들에 대한 방향이 잡히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다음달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준비 과정에서 보다 실무적인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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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에 '1억불 펀드'로 러브콜, 中과 관계개선도 가속화

[the300]신남방정책 구체화, 아태지역 'J커브' 기대…리커창과는 실무적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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