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4분 공항성명, 국면전환 여부는 '미지수'(종합)

[the300]朴 대독성명 19일만에 구속..全은 골목성명 하루만에 압송

인천공항=우경희 기자 | 입력 : 2017.11.12 16:42
재임 시절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 출국길에 앞서 12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12일 오전 11시58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제네시스 승용차가 인천국제공항 VIP(귀빈) 출입구로 들어섰다. 그는 차에서 내리며 밝은 회색 정장의 단추를 잠갔다. "눈이 부시니 조명을 좀 꺼달라"며 말문을 열고는 군과 국가정보원의 댓글 조작 지시 정황에 대해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며 일축했다.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서는 "감정풀이식 정치보복"이라고 말했다. 4분간 발언을 마친 이 전 대통령은 공항으로 급히 들어섰다.

이 전 대통령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여전히 이 전 대통령의 뒤를 바짝 쫓는 형국이다.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군의 댓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댓글을 달라고 지시할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고 추가 해명했지만 현장 취재진들은 공허하다는 반응이었다.

◇朴 대독성명 후 19일, 全 골목성명 하루만에 구속·압송=이 전 대통령은 이날 4분간의 공항 즉석 회견을 마치고 특강 차 바레인으로 출국했다. 질의응답이 없어 기자회견보다는 성명 발표에 가까웠다. 전직 대통령들 중 적잖은 경우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후 금고의 신분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이 전 대통령의 4분 공항성명이 갖는 의미도 크다는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성명을 계기로 수세에 몰린 이 전 대통령 측이 국면 전환에 성공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후에도 일정 기간 청와대에 머물다가 지난 3월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당시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신 읽었다. 이른바 대독성명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한 불복의 의미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까지는 그로부터 19일이 걸렸다.

반발 성명의 원조는 따로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1995년 12월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검찰의 출두 통보 이튿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른바 골목성명이다. 그는 "검찰의 태도는 진상규명 때문이 아니라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골목성명 발표 후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가 새벽 5촌 조카의 집에서 구속돼 안양교도소로 압송됐다. 골목성명 하루 만이었다.

◇공허한 해명..국면전환 미지수=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본인이 군과 국가정보원의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서는 "감정풀이나 정치보복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 중 하나인데 지난 6개월 간 적폐청산 명목으로 이뤄진 일을 보며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동관 전 수석도 댓글 조작 연루설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눈꼽만큼도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댓글을 옹호할 생각이 없고 잘못된 것은 밝혀지고 처벌받는게 맞다"며 "그러나 이미 이태하씨(전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 공판에서 문제 댓글은 전체의 0.9%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그 중에서도 절반만 법원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 '0.45%의 진실이 됐는데 환부만 도려내지 않고 도끼로 팔다리로 자르려 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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