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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물리아 호텔에서 열린 동포만찬간담회에 참석, 화동에게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2017.11.08.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문재인 대통령의 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외교 전략의 중심에는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자리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된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이같은 전략 구상을 엿볼 수 있었다.
소프트파워는 미국의 석학 조지프 나이가 주장한 이론이다. 나이는 국제정치에서 작용하는 '힘'에는 하드파워(hard power)와 소프트파워가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력·경제력과 같은 물리적이고 측정가능한 힘이 하드파워, 문화·규범·제도적 우위를 통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소프트파워다.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첫날 메시지의 중심은 후자인 소프트파워에 맞춰졌다.
만찬 간담회에 수랏 인드리아르소 인도네시아 내각사무처 차관보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참석한 것이 극명한 예다. 그는 과거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KOICA) 연수 이후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잡은 인사다. 간담회에는 수랏 차관보 외에도 우리 정부 지원으로 한국에서 유학한 관료, 학자, 산업연수생, 근로자 등 23명이 참석했다. 이같은 '친한파'들이 인도네시아 각계에서 활약할 경우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더욱 강해질 수 있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도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 코이카 연수 동창회원들이 무려 3200여명이다. 놀랍지 않은가"라며 "그 가운데는 차관급, 차관보급도 계신다고 하니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대한민국에도 도움되는 것인가 실감하게 된다. 그런 교류를 늘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도 특별히 관련 내용을 주문했다.
수랏 차관보 역시 문 대통령에게 관련 소프트파워의 가능성을 확인해줬다. 그는 "코이카 동문들이 현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인도네시아 관계 증진을 위한 교량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며 "저 자신도 한국산을 애용하고 있는데 제 차가 현대자동차의 '투싼'이다. 한국과의 관계에 깊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화부터 민주주의까지 성공적으로 이룩한 한국이 정치·경제적 제도면에서도 아세안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일본은 제국주의 열강 시절을 거쳤고, 중국은 여전히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상황이지만, 한국은 '식민지→내전→독재→산업화→민주화'의 과정을 모두 거쳤다. 아세안 국가들이 현재 걸어가는 길을 한국이 먼저 앞서간 것을 잘 활용한다면 아세안 지역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은 식민지의 아픔을 겪어왔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겪고 있다. 그 중 한국이 앞서서 걷고 앞서서 성공해왔다"며 "한국의 경험을 아세안 국가들과 공유하고 성장을 돕는 것이 한국이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또 한국을 부흥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한류 역시 소프트파워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은 "한류와 함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여기, 인도네시아라고 한다"고 언급하며 문화에 기반한 소프트파워적인 접근을 예고했다. 최근 코트라가 아예 자카르타에서 '한류박람회'를 개최할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한류는 거센 상황이다. 동포 간담회에서는 인기 걸그룹 AOA가 나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은 그룹"이라고 AOA를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첫날 문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를 봤을 때 문 대통령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동안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한국 외교의 지평을 동남아시아로 넓히고, 기존의 4강외교를 벗어난 다자외교를 통해 '교량(橋梁)국가'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균형외교'는 G2(미국·중국) 사이가 아니라, 강대국과 개도국 사이의 교량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의 '교량국가'와 '균형외교'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열쇠가 소프트파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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