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전두환·노태우 재판 당시 지하벙커 보관 5·18 관련 기밀자료 전량 파기

[the300]2002년 기무사 5·18 자료 실태조사시 '관련 자료 전무' 보고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머투DB

국군 기무사령부가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기밀자료를 모두 불태운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기무사가 2002년 1월 사령관 보고용으로 작성한 '5·18 및 계엄관련 자료 추적 조사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문두식 당시 기무사령관의 지시로 실시된 5·18 관련 자료 보존실태에 대한 내부 조사결과를 담고 있는 것으로 군이 생산한 5·18 관련 자료에 대한 보존 실태와 파기 경위를 기록한 군 내부 자료가 확인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문건은 지난 10월 기무사가 새로 발굴해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에 제출한 5·18 관련 자료 25권에서 발견됐다.

문두식 사령관의 지시로 2001년 12월 26일부터 이듬해 1월 9일까지 13일 간 추적 조사한 결과는 한 마디로 '관련 자료 전무'였다. 각 처·실 가운데 '중보'(중요첩보의 약어로 대통령에게 직보되는 기무사의 최고급 정보를 가리키는 말) 담당 업무를 맡았던 부서들은 하나 같이 목록은 보관하고 있지만 관련 자료(원문)는 없다고 보고했다. 

특히 3처의 경우 90년 윤석양 사건시 존안문서 폐기 지시와 '93년 3처장 지시로 5·18 관련 자료를 소각장에서 파기했다며 구체적 파기 경위를 보고했다. 문건 마지막 '분석 및 조치의견'에는 "80년 초 시국관련 중요문서는 M/F(마이크로 필름), 광디스크 등에 수록되지 않고 지휘부에서 관리하다 80·90년대 혼란기를 거치면서 전량 파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결과를 요약했다.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이른바 기무사 '참모장실 보관자료'의 존재와 보관 및 파기까지의 구체적 경위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건에서 기무사 정보통신실은 "'80년대 주요 사건 핵심자료는 지휘부 결재 후 비서실에서 관리했고, 문제 소지가 없는 자료만 정통실로 이관 존안했다"고 보고했다. 

5·18 관련한 민감한 자료의 분류와 관리는 5·18 직후인 1981년부터 1985년까지 5년 간 기무사 참모장을 지냈던 정도영의 주도로 이뤄졌다. 정도영은 해당 자료를 은밀히 보관하기 위해 기무사에서도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서울 소재 예하 부대(210부대) 지하벙커로 옮겼다. 그리고 이를 나무상자 8개를 제작해 나눠 담고 칸막이까지 쳐서 폐쇄조치 했다.

기무사가 2002년 1월 사령관 보고용으로 작성한 '5·18 및 계엄관련 자료 추적 조사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 이 문건에는 관련 자료에 대한 파기 경위기 기록돼 있다./사진=이철희 의원실 제공

해당 문건에는 해당 자료의 파기경위도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1996년 11월 임재문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주상식 감찰실장은 감찰장교를 대동해 210 부대장의 입회하에 박스 해체 후 트럭에 적재해 사령부 이동, 사령부 소각장 도착 후 본부대장의 소각장 입구 차단 하에 직접 소각했다.

즉 5·18 진상규명의 열쇠가 될 문건들은 처음부터 은밀하게 별도로 관리해 오다 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재판이 한창이던 1996년 전격적으로 전량 파기처리 된 것이다.

이 의원은 "해당 자료들이 은밀히 관리되고 또 파기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5·18 관련 기밀자료의 조직적 파기가 기무사에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라며 "현재 국방부 '특조위'나 향후 5·18 진상조사 특별법으로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자료파기 등 진실은폐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등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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