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제재 속 北취약계층 인도지원 발표 "유화책 아냐"(종합2보)

[the300]안보리결의 이틀만에 北영유아·임산부 800만弗 지원방안 내놔…日·野 '반발'

/사진=뉴스1
정부는 14일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지만 북한 6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이틀 만에 이뤄진 발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1일 예정된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대북 지원사업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협의중인 내용은 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사업에 450만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과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사업에 35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그는 사실상 지원이 결정됐느냐는 질문에 "원안대로 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수정되는 경우도 있어 예단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지원내역과 추진 시기는 남북관계 등 제반 여건을 종합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6차 핵실험 감행 11일 만에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북한 취약계층 상황의 열악함과 지원의 시급함을 강조명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유엔은 북한 주민 2490만명 중 1800만명을 식량 부족 등 문제를 겪는 취약인구로 규정했으며, 이중 1300만명을 긴급지원 대상으로 설정했다.


당국자는 "G20 계기에 7월8일 독일에서 대통령도 북한 영유아의 영양실조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며 "북한 경제가 호전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취약계층의 인도적 실태는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에 현금이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 들어가는 것이고 모니터링이 강해 (핵개발 등에) 전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지난해 1월 북한 4차 핵실험 이후로 중단된 상태다. 이번 지원이 결정되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대북 인도적 지원이자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 80만달러 지원 이후 21개월 만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재개다.


정부는 이밖에 한반도 인구구조 예측을 위해 북한 주민 인구정보를 파악하는 유엔인구기금(UNFPA) 제3차 북한 인구 총조사 사업과 관련, UNFPA가 요청한 600만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북현금 지원 사업이 아닌 점에서 대북제재 국면 하에서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당국자는 "민간 차원의 교류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 병행·선순환 원칙 하에서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해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기본 입장"이라며 "베를린 구상을 바탕으로 북한 주민 대상 인도적 협력 및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도발을 해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최근 엄중한 상황을 감안해 방북 등 구체적 조치는 북한의 태도, 국제사회 공조 및 국민 여론을 감안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대북제재 하에서도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이어감으로써 남북관계에서 대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국자는 "민족 동질성 회복과 민생개선을 위해 현 제재 틀 내에서 독자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사업은 확실히 이행해 교류협력 모멘텀을 이어나갈 생각"이라며 "민관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체계화해 교류협력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특히 남북관계 경색 시에도 교류협력이 작동할 수 있는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활동공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계속돼왔던 것"이라며 "북핵 미사일과 관련한 트랙과 인도주의적 트랙은 분명히 다르다"고 밝혔다. 대북 유화적 접근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스가 유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이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미국, 일본 등 국가와 긴밀히 협의해오고 있으며 이번 건도 사전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북지원 발표 시기와 관련 외교부와 통일부 간 엇박자가 난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긴밀히 협의가 있었다"고 부인했다.


야당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하는 계획이자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계획"이라며 "북한이 연일 도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이때에 정상적인 국가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800만 달러 대북지원 계획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도 "지금은 대북 지원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과연 시기가 지금이어야 하는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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