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을 믿은 우원식의 잘못된 셈법, "120+25=0 명심해야"

[the300]당내 반대에도 표결처리 밀어붙인 원내지도부, "골목대장 같은 야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17.9.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에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로 처리하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인준안 통과에 필요한 표를 전수조사했다. 민주당 120표와 정의당 6표 등 확실한 표가 130표 정도였다. 국민의당(39명)을 살펴본 결과 찬성표가 최소 25표가 나왔다. 안정적으로 155표, 보수적으로 잡아도 150표였다. 출석의원의 과반만 찬성표를 던지면 되기 때문에 우 대표 등은 국회 통과를 자신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에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다. “국민의당을 너무 믿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당 일각의 이런 우려를 애써 외면했다.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이들을 설득했다. 우 원내대표가 무리수를 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는 왜 당내 부정적인 의견을 못들은 척, 표결을 밀어붙였을까.

◇신중론 외면한 우원식, 왜 밀어붙였나?= 12일 민주당 의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김 전 후보자가 며칠전부터 우 원내대표에게 지쳤다는 얘기를 전했기 때문이다. 김 전 후보자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고, 우 원내대표도 어쩔 수 없이 표결에 나섰다는 얘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 전 후보자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지도부에 전달하고 표결을 원한 이상, 우 원내대표도 표결처리에 나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도 지는 게임으로 봤다. 호남이 핵심 지지기반인 국민의당이 호남출신 헌법재판소장을 낙마시키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국민의당도 자율투표에 맡겼다. 하지만 결과는 단 2표 차이로 부결됐다. 재석 293명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출석 인원의 과반(147석)을 넘지 못해 민주당은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서 우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나온다. 야당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지 않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거다. 결과적으로 야당 찬성표를 확신한 게 우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패착이란 지적이 많다. 의원들은 이번 부결사태를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당시와 오버랩 시킨다. 우 원내대표는 그때도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믿고 민주당 의원들 출석에 만전을 기하지 못해 정족수 미달로 처리하지 못해 곤혹을 치렀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야당은 기본적으로 여당이 잘 안됐을 때 돋보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단 한표 부족으로 부결될 수 있는 게 국회 표결처리이기 때문에, 이번에 민주당 의원수(120표)에 나머지 25표를 더하면 145표가 아니라 0표라는 것을 지도부가 명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앞에 부족함 드러낸 집권여당= 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후보자 부결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개원식 및 학술토론에 참석해 "국민께 낯을 들 수 없다"며 "막막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헌법기관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당당함을 내세워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날려버린 것은 참으로 염치가 없는 소행"이라며 "협치라는 이름으로 다수가 폭거를 하면 골목대장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힘이 모자랐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집권여당이 여소야대 체제 앞에 부족함을 드러내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득과 대화로 민심에 귀 기울여 주길 요청함에도 이런 결과가 빚어짐에 대해 국회 운영 전반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며 "민심과 함께할 국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 느꼈다는 점에서 여당에 다시한번 숙제가 던져졌다"고 덧붙였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존재감을 운운하면서,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평가한다"며 "오만할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안보위기 상황에서 보이콧하더니 돌아와서 처음 한 행동이 헌재소장 후보자 부결 처리"라며 "국가 위기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무책임한 행태만 일삼는 제1야당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