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韓, 북핵 외교서 美에 독립성 획득해야"…대북대화 강조

[the300]"日, 위안부 할머니에 사과할 용기 못내 유감…5·18 무차별 발포 규명돼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본인의 자서전 한국어판 출판 기자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뉴스1
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73) 독일 전 총리는 12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상대적인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서전 출판기념 간담회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 혼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는 없다"면서도 "한미 동맹관계에 대해 제가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외교에 있어 상대적인 독립성을 획득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의 경험을 살펴보면 냉전 중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했던 시기에도 동독은 거의 항상 대화할 준비가 돼있었고 능력도 있었다. 반면 북한은 대화능력도 없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남한은 북한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중단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적 분야에서 상대적 독립성은 여러분의 몫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이 해결하고 고민할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지 스스로 고민하고 결론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 3대 강국이 공조하며 공동전략을 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파트너로 얻고 싶다면 중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선 안 되며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제언했다.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북한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남한이 이것을 똑같이 해선 안 되며, 언제든 조건만 만들어지면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 목표달성에 제약이 없지 않지만 이를테면 문재인 정부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에너지협력 등 해법을 통해 목표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선 "독일은 핵 포기를 선언했지만 한국도 나름의 정치문화가 있으니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권고할 만한 일이라곤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슈뢰더 전 총리는 전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찾은 소감에 대해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역사적 사실은 현 세대가 지은 죄가 아니지만 현 세대도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며 "할머니들은 복수를 원치 않고 증오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 자신들이 고통받았단 사실을 인정받고 받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아직 사과할 용기를 내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나눔의집에서 할머니들을 뵙고 마음 속 깊이 감동받았다. 때로는 토론이나 정치학자 분석이나 저널리스트 글이 필요없는 일들이 있다. 제가 느낀 것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소감에 대해 "택시운전사가 처음엔 청년들이 왜 공부는 안 하고 시위하는지 불평하다 현장에서 직접 사건을 겪으며 스스로 자각하고 일깨워지고 서울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광주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며 "운전사의 용기도 대단했지만 절 감동시킨 장면은 군사정부에 대응해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 용기낸 청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독일은 민주주의를 이룬 국가인데 전세계엔 아직 민주주의를 쟁취하지 못한 나라들이 있다"며 "영화 속 젊은이들의 투쟁과 용기가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국방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5·18 민주화운동 특별조사에 대해 "무고한 시민들에게 가해진 무차별적 발포가 규명되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중요하다"며 "왜 군인이 아닌 시민들에게 발포했는지, 누가 발포명령을 내렸는지 유가족들이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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