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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26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지우메디팰리스 8층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하는 한여름밤의 토크쇼'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7.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결국 사퇴하면서 보수진영의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당내 통합파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서도 통합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과 이 대표 사퇴를 도화선으로 보수진영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7일 오전 국회서 열린 바른정당 국회의원 전체회의에 참석해 "야당 대표로 막중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한 불찰로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바른정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6일 당대표로 선출된지 74일만이다.

바른정당은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미 새 지도부 구성을 기정사실화하고 김무성 고문 혹은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비대위 체제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한 무게감있는 인사로서 이들이 적임자라는 의견에 따라서다.

유 의원은 한국당과의 보수 경쟁에서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인사로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각각 당대표를 맡아 지방선거를 향해 나선 것도 유 의원의 등판론을 부추기고 있다. 이 대표와 함께 대표적인 자강파다. 김 고문은 바른정당 최대주주로 불리는 등 당 화합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거론된다. 또 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과 연대의 가교 역할을 맡아 바른정당의 입지를 확보해나갈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통합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이날 이 대표 사퇴 후 당내 역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에서 온도차가 읽힌다. 김 고문은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겠다. 뒤에서 돕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은 "(내 역할은)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이 잘 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온도차는 자강파와 통합파의 각기 다른 상황에 기인한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적인 통합파다. 통합파는 굳이 김 고문을 내세워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더라도 주 원내대표를 통해 당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 반면 수장을 잃은 자강파 입장에선 유 의원의 역할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의 차기 리더십 논의와 함께 자강파와 통합파의 움직임도 각기 본격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고문은 이 대표 사퇴 직후 바른정당 의원들을 전원 소집했다. 위로 차원의 자리였지만 유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 고문은 이날 아침엔 북핵 세미나에 이종구 의원 등과 함께 참석해 정진석, 심재철 등 한국당 의원과 만나기도 했다.

바른정당이 당초 비대위 체제를 구상할 때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세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자강파와 통합파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를 강하게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고사에도 복잡한 당내 사정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사일정거부(보이콧)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여공세에 나선 한국당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이 동력을 잃어가는 계기가 되고 실제 (바른정당이) 동력을 잃어간다면 (통합) 급물살은 빨라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통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한국당인 만큼 해석도 분분하다. 대체로 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한 한국당 중진의원은 "강성인 이혜훈 대표가 있어주는 게 한국당으로서는 유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버텼다면 그냥 둬도 통합파들이 떨어져 나왔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편 통합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당은 9일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대국민 보고대회를 코엑스에서 대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각 지역구 위원회에 대대적 소집령도 내린 상태다. 각종 변수로 시점이 빨라졌지만 내년 지방선거 대비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지역구 위원장들의 조직장악력 시험대로 보겠다는 분위기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