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상정하면 부결?…사법전쟁 전초전 '김이수 딜레마'

[the300]헌재소장 인준안, 표류 장기화 조짐…文정부 사법 인사 줄줄이 이어져 정치권 공방 반복될 듯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8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변호사대회는 전국의 변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입법,사법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법의 지배를 위한 과제를 검토 및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다. 1989년 제1회 대회 이후 올해로 26회째다. 이번 대회는 '법치주의와 법조개혁'을 대주제로 토론이 진행 되었고 변호사의 전문성과 윤리성 확보를 위한 연수강좌도 진행했다. 2017.8.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이수 후보자를 비롯해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정치적·사상적 편향성을 문제삼은 야당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있어 자칫 김 후보자가 권한대행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를 막아야 한다며 김 후보자 인준에 대한 야당 동의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야권의 반대 기류가 좀처럼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은데다 이유정 후보자와 김명수 후보자까지 '사법 3종 부적격 세트'로 규정해 이들 인사까지 물고 물리는 복잡한 방정식이 됐다.

여권 일각에선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 후보자 인준안을 직권상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실행되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향후 여야 관계에서 직권상정이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찮은데다가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인준안이 가결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당초 보수야당이 반대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찬성하면 김 후보자 인준안의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민의당에서는 "김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호남 지역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김 후보자가 과거 5·18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 버스 운전사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이력이 문제가 됐다. 

여기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만기출소를 두고 "억울한 옥살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 기름을 끼얹었다. 문재인정부의 사법부 인사와 사법개혁의 방향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김 후보자 인준안 표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한 핵심 관계자는 "인사 관련 투표는 무기명으로 이뤄지는데 지금 이런 분위기에선 국민의당에서도 반대표가 쏟아질 수 있다"며 "여당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인준안 상정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에서도 김 후보자 인준을 밀어붙일 동력이 상당 부분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내년 9월까지여서 헌재소장에 임명돼도 이 임기까지만 헌재소장에 재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권한대행 체제가 길어야 1년 정도이기 때문에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헌법재판관 중 한 명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의 헌법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하게 되면 국회의 반대를 넘기가 훨씬 수월한 측면이 있다.

헌재소장은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며 우리나라 공식 의전 서열 4번째의 막중한 자리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계기로 헌재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지난 1월 물러난 후 김 후보자가 권한대행을 맡아왔으나 8인 체제 하에서 굵직한 사건이 줄줄이 계류된 채 심리가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인선에 나선 것도 헌재소장이었다.

헌재소장에 대한 보수야당의 공세는 다소 정치적 의도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야당은 통합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 김 후보자가 소수의견을 낸 것을 두고 이념적 성향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는 헌재 판결에서의 소수의견 의미를 호도하는 면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헌법재판에서 헌재소장은 다른 8명의 헌법재판관과 동등한 자격을 갖기 때문에 헌재소장의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보수야당의 우려는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후보자를 포함해 사법부 인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반복될 양상이 크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문재인정부가 임기 동안 지명할 수 있는 법관은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4명 중 13명에 이른다. 사법부 인사를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형성된 사법 지형을 바꾸기 충분한 상황이다. 사법개혁 성공 가능성도 여느때보다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 야당 의원은 "이유정, 김명수로 이어지는 사법부 인사 논란 때문에 김 후보자가 다소 억울하게 된 감은 있다"면서 "검찰개혁에 이어 사법개혁까지 문재인정부의 의도가 점점 드러나고 있는 이상 사법부 인사에 대해 야당이 사생결단식으로 반대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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