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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역대 청와대 정무수석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국회의원'은 기본이고, '장관'은 옵션이다. 당청간 소통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의 경륜이 우선시된 영향이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실패한 정권의 정무수석들은 '잔혹사'를 면치 못했다.

정무수석의 역사는 박정희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3월 대통령비서실 출범에 맞춰 정무수석실이 신설됐고, 조시형 전 농림부 장관이 초대 정무수석이 됐다. 이후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전병헌 수석까지 총 48명이 거쳐갔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면서, 정치권 동향을 살피고, 국회와 소통하는 특성 상 중량감있는 인사들이 주로 낙점됐다.

2000년대 이전까지 고건(박정희·최규하), 허화평(전두환), 최병렬(노태우), 문희상(김대중) 등 굵직한 이름들이 정무수석을 맡았다. 전두환 정부 때는 정무1수석(외교·군사)과 정무2수석(일반행정)으로 나눠 그 권한을 강화하기도 했다. 권위주의 정권을 지나면서 '밀실정치' 및 '공작정치'의 주역으로 지목됐고 때로는 비서실장에 맞설 정도의 위상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 시대의 흐름 속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정무수석실이 폐지됐다. 유인태 전 의원이 참여정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무수석이었다. 당과 국회를 컨트롤하는 '실세'가 된 정무수석을 폐지하고 여당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한다는 명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정무 업무는 어느 한 수석실에서 전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부서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과 관련해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게 기본"이라고 천명했다. '노무현의 유일한 정무수석'이 된 유 전 의원은 3선 의원을 거친 후 현재까지 여권의 원로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무수석이 부활했다. 정무수석실을 폐지한 노 전 대통령의 '실험'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정무수석의 부재가 당청 간 불통의 원인으로 지목된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이자 자신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이들을 정무수석으로 삼았다. 박재완·맹형규·박형준·정진석·김효재·이달곤 등 이명박 정부의 정무수석 6명 모두 국회의원 출신을 기용할 정도로 무게감을 줬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정부인 덕인지 이명박 정부의 정무수석들은 현재도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성균관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가천대), 박형준 전 의원(동아대)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승승장구했고, 현재는 학계에 몸담으며 보수 야권의 '스피커'로 활동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특히 최근 JTBC '썰전'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는 중이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 원내대표까지 역임하며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같은 기조가 유지됐다. 이정현·박준우·조윤선·현기환·김재원·허원제 등 친박 성향의 인사들이 정무수석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복심'에 가까운 인사들이 정무수석을 맡으며 '실세수석'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당청관계 및 국회와의 소통 창구라는 정무수석 본래의 기능은 크게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무기능을 상실한 '완장수석'이 아니냐는 비꼬임 섞인 평가도 이때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되며 박근혜 정부 출신 정무수석들은 몰락에 가까운 잔혹사를 겪었다. 이정현 한국당 의원은 친박의 핵심 중 핵심 인사로 당대표까지 역임했지만, 박근혜 정권의 몰락 이후 극도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 이후 국회 위증으로 인해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현기환 전 의원은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징역 3년 6월을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았다. 허원제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현장에서 꼬박꼬박 방청하며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