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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북한에 억류됐다 17개월 만에 '코마(혼수)' 상태로 송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9일(현지시간) 숨지면서 미국 내 대북감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태도도 더 강경해졌다. 대북 대화 재개 흐름을 만들고 싶은 문재인 정부와 접점이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웜비어는 북한에서 풀려나 의식불명 상태로 고향인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돌아온 지 6일 만에 사망했다. 지난해 1월 관광차 북한에 방문했다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당초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해 웜비어의 석방을 이끌어내자 일각에서 북미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웜비어가 광범위한 뇌조직 손상을 입은 채로 1년 넘게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내 대북정서가 악화됐다. 결국 웜비어가 사망하면서 미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평소 트럼프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비판했던 리언 파네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옳다"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미국은 웜비어의 부당한 감금과 관련해 반드시 북한 에 책임을 불을 것"이라며 북한에 불법 구금중인 나머지 3명의 미국인 석방을 요구했다.

최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돌발발언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을 놓고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가운데 웜비어 사망까지 '악재'가 이어지자 우리 정부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웜비어 가족을 위로하는 조전을 보내고 19일과 20일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지는 등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조전에서 "북한의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북미 간 갈등 상황에서 미측의 입장을 존중하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려는 우리 정부의 입지는 좁아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행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가 아닌 '도발 중단'으로 대화 조건을 낮추면서 대북대화를 적극 제안한 것으로 해석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전날 취임식에서 제재와 압박,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인의식을 갖고 북핵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며 '자주외교론'을 폈다. 하지만 성난 미국을 상대로 남북대화에 대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남북대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면에 꺼내들며 더욱 강경한 대북압박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미국 국무부는 오는 21일(현지시간) 미중 외교안보대화(DSD)에서 중국측에 대북제재를 훨씬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상견례의 의미를 지닌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이견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수위조절을 통해 접점을 찾을 필요성이 제기된다. 강 장관은 틸러슨 국무장관과 조만간 전화통화를 갖고 가능하면 정상회담 전 사전에 미국을 방문해 관련 사안에 대해 사전조율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