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기 장관 등 주요 인사발표에 대통령이 사라졌다. 이달 들어선 인사 담당자인 청와대 인사수석도, 청와대의 '얼굴'인 국민소통수석(홍보수석)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대변인만 홀로 마이크 앞에 섰다.

16일 현재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인사 발표는 24회 진행됐다. 국무총리부터 차관급, 청와대 비서관급까지 다양한 인사가 이뤄졌다. 대통령을 제외하면 인사 발표자는 직급순대로 비서실장(장관급), 인사·국민소통수석(차관급), 대변인(1급)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집계 결과 인사 발표 때 '마이크'를 잡는 인물 변화가 뚜렷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고위급의 등장이 줄어든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문 대통령은 세 차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 직접 섰다. 이낙연 총리,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5월10일),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5월1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5월21일) 등을 발표했다. 

주요 인사는 직접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던 문 대통령이다. 그런데 21일 이후 문 대통령의 직접 발표는 끊겼다. 그 후 차관급 인사가 많기는 했다. 대통령이 직접 차관을 발표하는 게 자연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후 부총리, 장관급 발표도 하지 않았다.

인사 대상자에 따라 발표자의 직급도 맞춘 걸까. 그렇지 않다. 기록이 말해준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지난달 1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차관급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발표했다. 의미를 부여하는 인사에 인사수석이 직접 나선 것이다.

윤영찬 소통수석도 '센세이션'을 일으킨 윤석열 서울지검장(5월19일)에다 지난달 31일 차관급 6명 일괄 발표를 직접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차관급 외에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부총리), 김부겸 행자부 장관 등 장관급도 다수 발표했다.

인사 대상자의 무게감보다 시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문 대통령이 자신있게 내놓은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는 거센 논란에 휩싸였고 공교롭게 그날 이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인선은 없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급 인사 때만 직접 발표했다. 그 뒤 인사관련 마이크를 잡은 건 딱 한 차례인데 지난달 26일 인사 5대 원칙에 해명자리였다. 이 역시 강경화 후보자 위장전입 등 의혹이 커질 때다. "닭 한 마리, 빵 한 조각의 사연이 다 다르더라"고 말했다. 소통수석도 지난달 31일 이후 인사발표를 직접 하지 않는다. 이달 들어 모든 인사발표는 대변인의 몫이 됐다. 

결국 발표자 변화는 정치적 부담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인사 후반부로 갈수록 흠결 있는 후보자들이 다수 발탁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흠결의 횟수보다 각각의 건별 논란의 크기와 깊이가 전반부와 다르다. 지난 11일 대변인이 발표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는 도장 위조를 통한 허위 혼인신고, 아들의 기숙사 퇴학 무마, 여성관 등 논란에 휘청이다 끝내 자진사퇴했다. 김상곤 후보자는 논문표절 의혹,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경력 외에도 청문회를 뜨겁게 달굴 이슈가 적잖다.

대변인 발표가 격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흠결에도 불구하고 왜 발탁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고 그 설명에 힘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발표 주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인선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인사권자(대통령) 또는 비교적 책임있는 자리의 핵심 참모들이 국민 앞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변자'만 홀로 총대를 매는 그림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