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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득분배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추경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2017.6.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게 '재벌 저격수'로 불린다. 장 실장은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임금과 일자리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재벌개혁을 언급해왔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의 '삼고초려'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장 실장의 문제의식은 100대 기업이 우리나 전체 기업이익의 60%를 가져가면서도 고용은 4% 밖에 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지나치게 많은 이익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상황 속에서,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몫이 너무 적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다수의 부를 축적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삼성전자나 현대차에서 보듯 재벌일가가 순환출자와 같은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가져가고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 '빅 퀘스천 2016' 강연에서 장 실장은 "신라호텔의 오너를 일반적으로 이부진 사장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장의 가족은 신라호텔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단 한 주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는 이런 기업지배 구조가 문제의 출발이다. (한국은) 소수의 그룹이 경제를 장악하는 게 가장 심한 나라여서, 새로운 도전자들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임금 문제에서도 재벌의 문제를 말한다.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50~6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청(대기업)과 하청(중소기업) 간에는 '60%의 규칙'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원청 대기업의 임금이 100%라면, 하청 중소기업은 60%를 받는 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2차, 3차 하청기업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원청-하청 관계가 심화되며 낮은 임금을 받는 국민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불평등과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주장이다.
장 실장은 지난달 JTBC를 통해 방송된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에서 "1990년 이후 경제가 3.5배 발전할 때, 가계소득은 2배가 채 늘지 않았다. 일자리는 45%밖에 안 늘어났다"며 "경제문제의 핵심은 '국가경제가 성장한 만큼 나도 잘 살게 됐는가, 모두가 함께 잘 살게 됐는가'이다. 국가 성장률이 3배 올랐으면 소득도 3배 올라야 했는데, 절대다수의 소득은 국가경제에 비해 훨씬 못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장 실장의 지론을 고려했을 때 그가 문재인 정부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벌개혁을 통한 임금구조와 기업구조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불평등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임금구조 개선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복지가 불평등의 해답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원천적 분배'라고 할 수 있는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불평등 해소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불평등→고용불평등→소득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고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다.
재계는 '재벌 저격수' 정책실장에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국적 자본주의자라고 꾸준히 언급해왔다. "자본주의는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유지되는 생명력이 있다"는 말은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이같은 측면에서 재벌개혁은 자본주의의 연속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말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NATO(No Action Talk Only)'를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외쳐온 장 실장인 만큼, 현실적인 정책을 조만간 쏟아낼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강연에서 언급해온 최저임금 인상, 인턴 고용 폐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철폐 등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가 2015년 펴낸 저서의 제목은 '왜 분노해야 하는가'다. '금수저·흙수저', '헬조선'을 언급하는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하며 불평등 극복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불평등 구조를 만든 기성세대로 사과를 하면서도,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개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에 "무책임한 것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제 청와대에서 불평등 완화 정책을 주도할 장 실장이 '책임있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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