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7명의 내각·청와대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독특한 순서를 썼다. 부총리-장관급-청와대 참모 등의 일반적 서열이 아니라 분야별로 묶은 이른바 ‘패키지’ 발표였다.

1~3번으로 호명된 이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다. 문 대통령도 "먼저 경제라인"이라며 인사 발표를 시작했다. 뒤이어 "다음은 외교안보 라인"이라며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청와대의 정의용 안보실장과 홍석현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발표했다.

‘경제팀’과 ‘안보팀’을 묶어 제시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팀 워크 인사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서로 소통할 수 구성원으로 팀을 짜는 게 필요하다. 경제팀이나 안보팀 내부에서 ‘엇박자’가 나거나 ‘불협화음’을 보이면 최악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선에서 특히 ‘팀 워크’를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정의용 안보실장을 며칠전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발표가 늦어진 건 함께 외교라인을 이룰 외교부장관-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를 한 팀으로 보고 최상의 조합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안보실장·정책실장 인사발표에 균형을 이룬 측면도 있다. 경제와 외교안보는 국정의 두 축이다. 정책실장 역시 경제부총리와 한팀이다. 유명무실하단 평가를 받던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이참에 내실화하겠단 의지도 반영했다. 결국 청와대와 내각의 경제라인-외교안보라인 인선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인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 라인의 경우 몇 번 조합이 바뀐 것으로 안다”고 전해졌다.

팀워크의 핵심은 상호보완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권위있는 경제학자이지만 정부 경험은 없다. 관료출신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가 이런 점을 보완한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고시 출신이 아닌 반면 정의용 안보실장은 고시출신에 정통 외교관료로 경륜이 있다. 이날 오후 박수현 대변인이 발표한 법무부차관, 대검찰청 차장 그리고 청와대 법무비서관 인선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분야별로) 서로 보완하는 균형과 팀워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팀 워크’가 실제 현실에서 시너지로 나타날 지는 의문이다. 경제 라인을 꾸리는 ‘경제부총리-정책실장-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3두 체제는 자칫 책임 소지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다른 경제부처 장관,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등까지 겹쳐지면 경제팀의 숫자가 많아진다.

한편 이번주 단행될 차관 인사도 팀 워크를 중심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차관과 관련 분야의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급을 함께 발표하는 식이다. 청와대는 차관 인선으로 시간을 번 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24~25일)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장관 임명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장관 인사는 법적으로 국무총리의 제청이 필요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책임총리’ 기조를 내세우면서 더더욱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완료까진 본격 장관인사가 어렵다. 차관은 임명 즉시 업무를 볼 수 있다. 장관업무도 대행한다. 장관이 없는 동안 국정공백 상황을 메울 수 있다는 의미다.

단 시급한 장관 인사라면 현재 제청권을 가진 유일호 부총리의 제청을 받아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 이날 발표한 김동연 후보자, 강경화 후보자, 지난 17일 발표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등이 이런 방식으로 지명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관 인사는 가급적 빨리 할 것이고 장관급에 대한 고려를 하면서 할 것"이라며 "준비가 되면 장관도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