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선후보가 수많은 복지 프로그램 공약을 하면서 세금을 얼마나 더 걷을지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복지 공약이 굉장히 많은데 증세계획은 전혀 나와있지 않다. 공약을 냈으면 책임있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난 19일 진행된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공약실행을 위한 재원조달 대책을 놓고 대선 후보들이 '단단히 벼르고 나온듯' 설전을 벌였다. 대선 후보들마다 '공약 가계부'를 구체화하면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외쳤던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데 따른 반성이 있다. ‘증세’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보다 ‘증세 검토’쪽으로 무게추는 옮겨갔다. 다만 구체적인 증세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원론적인 수준이다. 섣부른 증세 언급이 자칫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현실적 걱정 때문이다. '장미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대선주자들의 증세 방안은 무엇일까. 

◇법인세 인상? = 20일 중앙선관위원회에 따르면 각 후보자들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제시한 필요예산은 평균 연 40조원, 집권 5년간 200조원 수준에 달한다. 자연증가분, 세출 구조조정, 탈세 차단 등으로 메울 수 있는 규모는 10조원을 넘기 어렵다. 사실상 증세에 해당되는 비과세·감면으로도 10조원이상 충당하기 어렵다. 연간 수십조원이 넘는 공약예산을 제시한 후보들은 '증세'를 피해가기 어렵다.

증세효과를 가장 크게 발휘할 조세항목으로는 법인세가 지목된다. 현재 적용된 국내 법인세율은 23%(과표기준 200억원 이상)다. 이명박정부때 감세 정책에 따라 25%에서 인하됐다. 명목세율만 보면 낮지 않다. 다만 각종 감면혜택에 따른 실효세율은 18% 안팎 수준이다. 자연스레 법인세율 인상이나 정상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증세파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한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실효세율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안 후보는 "몇 년 전 통계만 해도, 순이익 5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실효세율은 16%, 그 이하 18%라는 그런 통계도 있다"며 "이런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조세 감면 제도를 정비해 실제 부담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당장 법인세율 인상을 시도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국제 추세가 일단 법인세율 인하쪽인데 우리나라만 반대로 가는 게 쉽지 않다.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 등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실제 세율보다 더 큰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과표 구간을 세분화해 초대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소득세는 건드린다 = 법인세에 비해 소득세 손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높은 현실이 문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우리나라 국민의 35∼40%가 면세”라고 말했다. 실제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는 면세점 이하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맞춰 소득세제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초점은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다. 문 후보는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에 40%가 적용되고 있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고소득층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했다고 밝혀왔다. 유 후보도 소득세·재산세 인상을 동시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는 "소득이 더 많은 사람, 재산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내는 원칙을 확실하게 지키면 되는 것"이라며 "중부담-중복지로 나아가면서 국민이 합의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원하면 단계적인 증세를 하겠다"고만 밝혔다. 심 후보도 소득세 최고 세율 45% 구간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심 후보는 또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고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의 10~20%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사회복지세를 신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