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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무익 한국갤럽 회장 |
그는 여론조사 불모지였던 한국에 1970년대 여론조사 영역을 개척한 주역이다. 고인은 1962년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하고 금성사(현 LG)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함께 경영학을 공부한 이가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이다.
고인은 제일기획 창립 멤버였다가 1974년 KSP(코리아서베이폴)를 설립했다. KSP는 1979년 갤럽 인터내셔널에 가입하면서 한국갤럽이 됐다. 갤럽은 조지 갤럽이 세운 미국의 유명 여론조사기관. 박 회장은 조지 갤럽 회장의 책을 번역했고 그를 직접 만나 갤럽 브랜드를 쓰는 일을 성사시켰다.
1980년대 여론조사 업계의 성장은 곧 한국갤럽의 성장이었다. 한국갤럽은 1987년 대선 당일 노태우 후보 당선이라는 예측조사를 발표, 적중시켜 화제를 모았다. 이 일은 여론조사가 관찰자가 아니라 주역으로 한국 정치에 깊숙이 들어온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마케팅 여론조사를 등한시하던 경제계도 충격을 받았다. 고인은 생전의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실증 조사의 필요성을 보여 준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한국갤럽은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7년 대선을 전후해서도 유명세를 탔다. MB 최측근이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당시 한국갤럽 고문으로 재직했다. 고인은 유선전화 샘플의 한계가 지적되던 2010년대에는 무선전화 RDD(랜덤전화걸기) 방식도 도입했다.
조사업계 후배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고인에 대해 "한국여론조사 1세대로, 여론조사라는 영역을 한국에 갖고 왔고 조사업계를 견인해 온 족적이 뚜렷한 분"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라초란씨, 자녀 재형(한국갤럽 부회장)·소윤·지윤씨이다. 오는 21일 오전 8시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경기 파주 삼각지성당 하늘묘원에서 영면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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