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 갈 곳 잃은 부산민심 "뽑을 사람 없다카이"

[the300] 중장년층 "자유한국당, 안 뽑겠지만 대안이 없다", 2030 청년들 "보수·진보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

부산=김유진 기자 | 입력 : 2017.03.20 17:29

지난 19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 풍경. 상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잘 된 일이라고 하면서도 이번 대선에서 "뽑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사진=김유진 기자

"뽑을 사람이 없다카이! 투표 안 해버릴까도 생각 중이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수십 년 간 시계방을 운영한 장모씨(82)는 평생을 보수 후보에게 투표해왔지만 이번에는 투표를 포기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뽑을 후보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잘못을 했으니 탄핵이 된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여권의 몰락 이후 어느 세력을 지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부산 지역의 민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 부산의 표심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갈 곳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 중장년층 사이에선 자유한국당이 국정농단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시각이 많았다.

부산 영도구에 사는 김모씨(70·여)는 "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이 재집권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들 얘기하고 있다. 다만 어디를 뽑아야 할지 몰라서 다들 고민에 빠져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자꾸 말이 바뀌고 안보 문제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제시장 구제 거리에서 가방을 판매하는 박모씨(46)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애초에 뽑지도 않았고 탄핵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부산에 해준 것 없는 문재인을 뽑을 생각은 없다"며 "아직 후보들의 정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누구를 뽑을지 결정을 못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의 다른 후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중장년층의 표심과 달리, 부산의 2030 세대는 확실히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자는 쪽으로 돌아선 모양새였다. 집안 어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산 서면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러한 민심 변화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부산·경남·울산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이 있었던 전주보다 5.4%포인트 오른 50.1%를 기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4.9%포인트 빠진 9.9%를 기록하면서 국민의당에 2위 정당 자리를 내줬다.

부산 BIFF 거리에 친구와 함께 놀러 나온 부산외대 학생 이모씨(23·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 수업 중인 교실에서 다 같이 스마트폰으로 선고 장면을 보며 환호했다"며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부산의 민심도 많이 돌아섰다. 진보 보수가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로 대선에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젊은이들은 현재 대선 주자 1위인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안 지사, 이 시장 등 민주당 후보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김모씨(21·여)는 "지난 탄핵 정국을 보며 어른들이 주장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야권 후보들의 공약을 다양하게 살펴보며 지지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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