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레터]'도깨비' 밀어낸 안희정

[the300]5시간 문답·시계공장·국회…대선출마선언, 장소냐 방식이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열린 토크쇼 ‘전무후무 즉문즉답’에서 대선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17.1.22/뉴스1
#출마선언은 대통령선거 정국의 주요 변곡점 중 하나다. 우선 명분 측면에서 그렇다. 스스로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사람이 대선후보 자격으로 이런저런 행보를 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내용 면에서도 후보의 모든 것을 압축해 보여주는 기회다. 자신의 현재 위상, 지향점, 정치철학과 공약의 얼개까지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고민이 따라온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면 아무 것도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장소는 이런 고민을 한 방에 날리는 묘수다. 가장 강렬하고 압축적으로 수많은 메시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대선출마선언은 '무엇(What)을 할 것인가'보다 '어디서'(Where)가 중요했다. 

# 2012년 대선의 각 정당 경선 기간에 이런 장소 경쟁이 치열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골라 출마를 선언했다. 전직 대통령의 딸, 서민과 동떨어져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을 불식하는 목적이 컸다.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였다.

문재인 후보는 옛 서대문형무소 주변을 공원으로 만든 서울 서대문공원을 골랐다. 그 자신이 민주화운동으로 수감됐던 곳, 분명한 역사인식과 박근혜 후보와 차별점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다.

김두관 후보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이장, 군수, 장관 등 바닥에서부터 올라간 자신의 이력을 극대화하는 메시지를 노렸다. (물론 서울에서 '땅끝'까지 이동거리며, 주변환경 등 당시 동행한 취재기자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 2017년 대선출마선언에는 변화 조짐이 있다. '어디서 하지?'가 핵심 질문이었다면 이젠 '어떻게 하지?'란 질문이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기술의 진보로 장소의 제약이 전보다 덜하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이나 페이스북 라이브를 생각해보자. 땅끝을 가든 독도를 가든 동영상 생중계로 안방에서 호흡할 수 있다. 출마선언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런 변화를 읽었다. 22일 대학로의 한 극장을 빌려 5시간동안 청중과 문답을 제한 없이 주고받는 즉문즉답을 시도했다. '안희정 대선 출마 선언'은 이날 오후 3시 포털 네이버의 실검(실시간 검색어) '핫토픽' 순위 1위로 치고 올랐다. 전날 최종회를 방송해 20% 시청률을 찍은 드라마 '도깨비'를 2위로 밀어냈다. '실시간 급상승' 영역에선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도 앞질렀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시계공장(23일)도 나름대로 성공작이다. 소년 노동자로 직접 일했던 곳이라고 한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국회 헌정기념관(26일)을 골랐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본인이 줄기차게 강조한 헌법 제1조와 어울린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할지는 의문이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새출발한 이 당의 당사(25일)를 선택했다.

아직 출마선언을 미루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어디서 하지? 어떻게 하지? 선언 날짜를 못 정했다면 '언제 하지?'라는 질문도 남아 있고.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이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주권 개혁회의 창립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7.1.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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