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청계천·버스개편은 우파 정책일까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 40가지](17)정책의 이념적 구분의 허구성

정두언 전 의원/사진=머니투데이
 17. 정책의 이념적 구분의 허구성.

인류 역사상 개혁을 부르짖지 않은 때가 있었을까.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개혁이 사회적 화두로 대두된 것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개혁이 계속되고 있다. 

개혁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인가. 오래 걸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개혁의 실패를 애기해주는 것이 아닌가. 개혁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어쨌든 무언가 좋게 만든다는 뜻일 것이다. 무언가 좋아지지 않았으니 개혁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그럼 그간의 그 무수한 개혁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한마디로 엉터리 개혁이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단이 잘못 되었든가, 처방이 잘못 되었든가, 아니면 둘 다 잘못된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엉터리는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가. 첫째, 관념에 치우쳐 현실을 꿰뚫어 보지 못할 때 나타난다. 둘째, 국내외의 지식과 정보가 수준에 미달할 때 나타난다. 셋째, 일머리를 모르는 3류들이 추진주체가 될 때 나타난다.

이러니 개혁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시끄럽게 했는데도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세상살이만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가. 이제는 이따위 개혁을 그만 두든지 아니면 제대로 된 개혁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개혁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무언가 좋아지는 개혁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이명박 서울시에서 이루어진 개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그것을 실용주의 개혁이라고 부르고 싶다. 

실용주의 개혁은 첫째, 관념에 기초하지 않고 현실에 기초하여 문제의 해결을 지향한다. 따라서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즉 고객의 중심이 된다. 둘째,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 준비와 함께 유연한 추진방식을 택한다. 셋째, 아마추어리즘을 배격한다. 따라서 경험과 기술을 갖춘 프로페셔널들이 추진주체가 된다.

청계천 복원과 버스 개편의 예를 보자.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보통 우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이라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청계천복원이나 버스개편은 전형적인 좌파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를 좌파라고 할 것인가.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모색하면 되는 것이지 좌면 어떻게 우면 어떻다는 것인가. 
2016 청계천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개막일인 12일 서울 청계천 모전교 부근에 화려한 조명이 설치돼 있다. 2016.12.12/뉴스1
사회주류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공급자 입장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과거사를 규명하고, 사학과 언론을 규제하려고 한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세상살이와 별 상관도 없는 일들이다. 개혁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지 관념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문민정부 이래 참여정부까지의 개혁은 대부분 전격적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발표하고 서둘러 밀어붙이다 보니 시행착오는 물론 후유증이 처방보다 훨씬 심각하기 일쑤다. 이에 비해 청계천복원과 버스개편은 각각 1년과 2년의 기간 동안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거쳐 시작했기 때문에 예상과 달리 공기를 앞당기거나 빠른 정착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준비기간 동안에 관계집단의 이해조정과 동의, 외국사례의 벤치마킹, 최첨단 정보와 기술의 활용 등 예상 가능한 변수들을 완벽에 가깝게 검증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개혁은 행정이나 경영의 경험이 없는 운동가나 학자 출신들이 추진 주체가 되어 왔다. 따라서 개혁의 모든 과정이 어설프고 삐걱거리고 중도하차하고 궤도수정하며 이루어졌다. 이에 비해 청계천복원과 버스개편은 지식과 정보와 경험을 갖춘 테크노크라트들이 그것도 사전에 철저한 훈련을 받은 후 추진해 왔다. 따라서 시화호나 경부고속철이나 새만금과 달리 공기와 예산을 엄청나게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여가며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온 것이다. 이렇듯 청계천복원과 버스개편은 실용주의 개혁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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