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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인사를 하고 있다. |
그는 유순택 여사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을 청중들에게 여유있게 흔들어 보였다. 단상 인근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화동을 번쩍 들어 안아 올리고 환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체력의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팔자 걸음에 상체가 앞으로 약간 기울어진 구부정한 걸음걸이는 영락없는 70대 노인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를 잡아드는 순간 그는 노련한 연설가로 변신했다. 국내 여느 연사들과 달리 준비해 온 연설문을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평소의 소신과 철학을 자연스럽게 풀어놨다. 청중들은 중간중간 박수를 터뜨리며 반기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은 이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년간 국내에 거주하지 않은 반 전 총장에게 대선출마 자격 요건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반 총장은 "실망스럽다"고 발끈하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질문한 사람의 저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대놓고 발끈하면서도 "아직 출마한다고 말한 건 아니다"라며 상충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두고 일부 기자들은 "여전히 안철수, 고건의 모습이 얼핏 보인다"며 "이날 보여준 강단 있는 지도자의 모습은 유능한 스피치라이터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초반에 그가 보여준 모습도 수없이 반복된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 진정성을 찾기는 어려웠다는 평이다.
반 전 총장의 핵심 지지기반인 이른바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모습도 아쉬움을 남겼다. 전국 각지의 팬클럽과 위원회, 단체들의 반 전 총장 귀국 전 플래카드와 자리 배치 등 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이며 충돌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서로 "당신 누구야"라며 삿대질을 하고 세력싸움을 하는가 하면 서로 반 전 총장 가까이 서서 사진에 잘 찍히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컨트롤타워가 없이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 통제가 되지 않았다. 정작 반 전 총장이 임명한 이도운 대변인을 비롯해 대변인팀은 이들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색동 한복을 입은 환영객들과 화동, 꽃다발과 꽃 목걸이, 현란한 플래카드 등은 마치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반사모가 돌아간 뒤 인천공항 입국장 곳곳에는 플래카드가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이들 지지세력은 인천공항에서 나와 공항철도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따라붙어 수차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북새통 속에 반 전 총장이 시민들과 만나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들이 진정 반기문을 사랑한다면 반기문에게 도움도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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