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의 외통수]한민구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순장조?

[the300]軍 내부도 의아해 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 추진

편집자주  |  외통수는 외교통일의 한 수를 줄인 말입니다. 외교·통일·안보 현안을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 문제점을 집어내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공정한 시각이라는 이름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외교·통일안보· 이야기를 주로 다루면서 제 주관에 따라 형식의 구애 없이 할 말 다해보려고 합니다.
오세중 기자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중국 서안의 병마용을 볼 기회가 있었다. 진시황릉 에서 능을 지키는 수 많은 병마용들을 보면서 당시 진시황 권력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순장 풍습이 있었다. 왕이나 황제가 죽으면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나 가축을 함께 생매장 하는 것이다. 다만 순장시에 자신의 병사들은 순장하지 않았다. 자신의 군사를 무기와 함께 순장을 시키면 주변국에서 본국에 병사가 없는 틈을 타 반란을 일으켜 공격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강한 권세를 누리던 진시황도 그 이후 국가 존립의 안위를 위해 병사들은 순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가 안보에서 군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군이라는 조직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그 어떤 권력보다 우선할 수 없다. 정치적 이유나 권세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군의 존재 자체가 국가와 국민의 안위라는 전제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군 당국도 이런 인식하에 군으로서의 자존감을 가지고 있을까.

국방부가 국민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끝내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해 가서명을 했다. 지난 달 27일 GSOMIA 체결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지 18일 만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밀실협의'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서명 직전 무산된 것을 고려해 이번엔 공개적으로 진행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군 당국의 밀어붙이기식 협정 체결에 '속전속결·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4년전 '밀실협의'와 별반 다름이 없어 최종 추진까지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애초 한일 간 특수성 때문에 '여건이 성숙'되면 협정 체결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국방부가 말하는 '여건 성숙'은 한일 간 해묵은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군사 정보공유라는 예민한 부분에 대해 국민적 동의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사죄는커녕 한일 위안부 협정 '졸속' 체결 후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반일 감정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3일 'GSOMIA 체결'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GSOMIA 체결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고작 15.8%에 불과했다. 어디에도 여건이 성숙됐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 장관이 수차례 강조했던 국민적 동의를 위한 설득 노력을 했을까. 회의적이다. 

한 장관은 지난 9월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국민적 합의가 먼저란 말씀이시죠"라고 묻자 장관이 "예"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당시에는 국방부 입장이 군사적 필요성을 전제로 하고 '이왕이면' 한일간의 특수성이 있으니 국민적 동의나 지지가 많은 가운데 이뤄지면 좋겠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동의가 전제조건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왕이면'이라는 표현은 국민 여론에 대해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과 진배없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여건 성숙'을 강조하다가 스스로 말을 번복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문제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장관은 애초 한국형미사일 방어체계(KAMD)개발로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돌연 올해 사드 도입을 결정하고 일사천리로 내년도 실전배치를 목표로 숨가쁘게 달렸다. 

그때도 국민적 동의나 배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설득작업은 선행되지 않았다. 반발이 거세지는 것에 대한 수위가 높아지자 뒤늦게 부랴부랴 지역 현장을 찾는 형식을 갖췄을 뿐이다. 심지어 배치 부지를 번복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일시적으로 방향을 바꿔 진행되는 형국이다. 

사드 때도 그랬고, GSOMIA '속도전' 추진도 마찬가지다. 한 군 관계자는 "도대체 위에서 왜 이렇게 일을 급하게 추진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한 장관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순장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군 내부에서도 여러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데 장관이 정하는 것이 있겠냐"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현 상황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벌써부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모종의 딜이 있었고, 미국의 압박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후 청와대가 강행을 지시했다는 설들이 난무하다. 스스로 군이 또 자기 신뢰를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군은 명령이 최우선되는 조직이다. 상위조직이나 상관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조직임은 누구나가 인지하고 있다. 다만 군은 안보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조직이라는 자존심을 가지고, 불합리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군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군의 존립 이유를 증명할 수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이자 군 출신이기도 한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과 같이 하지 않는 안보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졸속 협정 추진은) 역사와 국민 앞에 죄악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선택은 군 당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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