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환수법', 전두환은 되고, 김우중은 안되고?

[the300][런치리포트-최태민·최순실 재산몰수 가능할까]② "이번 기회에 제대로 법을"

해당 기사는 2016-11-08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10월 22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 최규하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전 전 대통령 내외을 비롯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 박요찬 청와대 정무 비서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원주 문화원 제공)/사진=뉴스1
국정 운영에 개입하고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 씨가 7일 오전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재산에 대해서도 사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씨 일가 재산이 부정과 불법행위에 의한 범죄수익이므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몰수나 추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유사 입법례로는 소위 전두환 추징법과 김우중 추징법이 있다. 전두환 추징법은 국회를 통과해 시행중이지만 일부 조항의 위헌소지에 대한 헌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김우중 추징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좌절됐다.

전두환 추징법은 2013년 6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개정해 만들었다. 1997년 재산은닉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자 국회는 추징금 집행 시효를 늘리기로 결정하고 시효를 2020년까지 연장시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해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켰다. 뇌물, 국고손실, 횡령죄 등 관련 범죄에 대한 몰수·추징 시효를 10년으로 늘렸고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 수색을 할 수 있게 했다. 당사자 뿐 아니라 관련자 검찰출석요구와 진술청취를 하게 하고 불법으로 얻은 재산의 추징 범위도 넓혀 친인척이나 제3자에게도 추징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전 전 대통령 땅을 샀다가 압류처분을 받은 박모씨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서 심리 중이다. 추징법은 불법재산임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은 제3자 재산이라도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박모씨가 땅 매입시 불법재산임을 알았다고 판단했지만 박모씨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모씨의 이의신청사건을 담당했던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공무원의 불법 재산을 제3자가 범죄 정황을 알면서도 취득한 경우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것 △제3자에 대한 별도의 재판 없이 재산 추징이 가능한 점 등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적법 절차의 원칙과 무죄 추정 원칙 등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헌재 판단을 받아야 한단 얘기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도 19대 국회 입법활동을 다룬 2015년 입법평가보고서를 통해 "정치권이 오랜만에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 케케묵은 정치적 과제를 일거에 해결했지만 한편으로는 법적인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선고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우중 추징법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전두환 추진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됐다. 정부는 2013년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익은닉처벌법을 동시에 개정해 김우중 추징법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재계 등 반발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제3자에게 넘어가거나 은닉된 재산에 대해 사법기관의 강제 몰수와 추징을 일반인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변협도 입법평가보고서를 통해 전두환 추징법과 마찬가지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검찰 조사결과만으로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까지 추징할 수 있게 한 조항이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통해 본다면 범죄수익 추징 대상을 일반인이나 제3자에게까지 넓힌 입법안은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최순실 특별법'도 법의 적용 대상을 광범위하게 한다면 오히려 선의의 제3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최순실 조카 장시호씨가 제주도에 소유하고 있는 200억원대의 땅을 급매물로 50억원대에 내놓았다고 알려졌는데, 만약 이 땅을 산 제3자가 나중에 추징을 당한다면 반발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최씨 일가 재산의 범죄 연관성과 그들의 재산을 사 들인 선의의 제3자의 피해를 모두 고려하고 입증할 수 있는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선례로 볼 수 있는 '친일재산환수법'의 경우에도 제3조에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법시행일인 2005년 12월 29일 이전에 제3자로 넘어간 친일재산에 대해선 국고귀속이 불가능 한 셈이다.

현재 헌재에서 진행중인 전두환 추징법의 관련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 결과도 최순실 특별법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헌재가 제3자에게 넘어간 재산까지 추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전두환 추징법 관련 조항은 무력화된다. 향후 최순실 재산환수를 위한 특별법이 추진된다면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대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현)는 "무분별한 특별법 제정은 오히려 위헌소지가 있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범죄자 은닉 재산 환수 등은 예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일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검토를 거쳐 제대로 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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