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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 했다. 2016.1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기시되던 ‘대통령 하야’ 주장이 시민사회와 정치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와 협의 없이 내각 인선을 강행하고 검찰수사에서도 대통령과 연관된 증언들이 나오면서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민심 이반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다.

 대통령 하야 자체가 국가적인 불행인데다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국정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 ‘하야 정국’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여야 각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하야 정국으로 가는 길목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 퇴진이 유일한 해법" 하야 주장 봉인 해제 = 3일 국회에 따르면 온라인, 시민사회 등에서 시작된 박 대통령 퇴진 요구는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공개적으로 퇴진을 주장한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유일한 수습책이 ‘대통령 하야’라는 인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내 국회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와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중심이 된 '국민과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일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은 조속히 퇴진하라"며 "국회가 주도하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전에는 이상민, 안민석, 홍익표, 한정애, 소병훈, 금태섭 의원이 박 대통령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이날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 나선 야당 의원 대부분도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여당에선 아직 대통령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진 않지만 ‘하야’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밥 먹는 사람들 중에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80%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수사 가능성 점증·일방적 내각 인선 '결정적 악재' =  당초 거국 중립 내각을 해법으로 제시하던 정치권이 이처럼 ‘하야 상황’까지도 배제를 못하게 된 것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고 여야 소통없이 국무총리 등 내각 인선을 강행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인 등에게 대통령의 지시로 미르재단 모금 등에 관여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검찰내에서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불가피한 경우 조사를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잘못 등이 확인되면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 정치권에서 거의 유일한 해법으로 박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국회 중심으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을 거론하는 가운데 국무총리 등 인선을 강행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 결정적인 실책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은 국가 리더십 부재를 막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려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정치분석가는 “대통령이 이번 주 안에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사과와 검찰 조사 수용 입장을 밝히고 내각 인선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끓어오르는 ‘사퇴 요구'를 누그러뜨리지 못한다면 퇴진 압박은 점차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 치르나…대선 주자들 '촉각'= ‘대통령 하야’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정치권, 특히 차기 주자들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헌법 68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기 중 물러날 경우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하고 있다. 내년 12월 대선을 두고 선거 전략을 짜온 각 진영으로선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한다. 

주자별도 유불리도 크게 갈린다. 조기 선거가 치러질 경우 대체로 현재 여론 조사에서 앞서 있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철수 전 대표도 박 대통령과 여당 이탈 표를 대거 흡수할 경우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직접 요구하고 있고, 문 대표도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유승민 의원, 김무성 전 대표 등 새누리당 주자들도 야권에서 복수로 후보가 나오고 대통령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보수표가 다시 결집할 경우 의외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내년 1월 중순 경 귀국할 것으로 보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선거 준비 기간이 촉박할 것으로 예상돼 불리할 전망이다. 여권의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현직 지자체장들 역시 선거 준비 기간이 짧아질수록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 하야, 개헌 움직임 등 정치적, 역사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예상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도가 1,2주일 사이 20% 이상 떨어졌다”면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하루하루가 평소의 1,2년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