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 해외선 전쟁·경제위기 돌파구로

[the300][런치리포트-거국내각 동상이몽]④해외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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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돌파구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거론하는 거국중립내각은 주로 전쟁이나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에서 대립하는 여러 정당들이 모여 내각을 꾸리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거국내각은 헌법에 상정된 통상적인 통치형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장관 한 두명을 야당에 할애하는 수준이 아닌 총리를 야당 몫으로 해서 여야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대통령 권력이 크게 약화된다는 얘기다.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전쟁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비상사태에서 주로 꾸려진다. '국정마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파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우리나라에서 거국내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사진=뉴스1
위기상황에서 거국내각이 꾸려진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유럽 재정위기가 닥쳤던 2011년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있다.

국고 고갈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닥치자 집권 사회당 출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제1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와 회동 후 비상 거국내각에 합의했다. EU(유럽연합)의 2차 구제안 수용을 놓고 국민투표를 추진하다 총리 자신의 불신임투표까지 요구받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은 끝이었다. 결국 파판드레우 총리가 퇴진하고 새로운 총리가 된 루카스 파파데모스 유럽중앙은행(ECB) 전 부총재는 과도정부를 이끌면서 구제금융협상을 빠르게 타결시켰다.

같은 시기 이탈리아 역시 국가채무와 저성장에 시달리다 못한 실비오 베를르스코니 총리가 불명예퇴진했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경제학자인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 총장을 비상 거국내각 총리로 임명했다. 몬티 총리는 자신이 재무장관을 역임하고 나머지 관료는 정치인이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꾸렸다. 또 세금인상, 예산삭감, 연금개혁 등을 포함한 200억유로(약 2조원)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채택했다.

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사진=(AFP=News1)

그리스, 이탈리아 외에도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당수 유럽국가의 경우 거국내각 출범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세계대공황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계기가 됐다.

영국의 경우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 로이드 조지 거국일치내각이 만들어졌고, 세계대공황을 직면했던 1931년 램지 맥도널드를 수상으로 하는 거국내각이 수립돼 강력한 긴축재정을 실시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영국은 집권정당인 보수당을 중심으로 노동당, 자유당, 국가자유당 등이 거국내각을 꾸렸다.

2차대전 중인 1939년 스웨덴에서 구성된 거국일치내각도 주요 사례로 꼽힌다. 당시 소련과 핀란드 사이 교전이 벌어지자 스웨덴은 대외정책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내각 개편에 나선다. 사회민주당과 농민연합당으로 구성됐던 연립내각 대신 공산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 대표로 구성된 거국일치 내각을 구성한 것. 거국일치내각에 합의한 각 정당은 페르 알빈 한손 수상을 중심으로 중립정책을 고수키로 신념을 정하고 전쟁의 불똥을 피해갈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1926년 들어선 푸앵카레 내각이 거국일치 내각이었다. 1913년부터 20년까지 대통령을 맡았던 레몽 푸앵카레는 한 차례 총리를 맡았다 총선에서 실패했지만 이후 좌익연합내각가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자 26년 총리로 재취임했다. 푸앵카레 총리는 자신이 재무장관을 겸하며 증세와 행정기구 정리에 따른 지출절감을 단행, 재정난을 해결했다. 프랑스화 평가절화로 통화안정에까지 성공한 총리로 손꼽힌다. 또 1958년 알제리 주둔 프랑스군 반란 이후 들어선 샤를 드골 내각도 거국내각으로 분류된다.

이밖에도 레바논이 17년에 걸쳐 치러진 내전을 끝내고 헌법개정을 통해 기독교 지도자들과 이슬람교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거국내각이 1990년 출범했다. 알바니아도 1991년 공산정부와 야당이 소요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야당인사를 총리로 하는 거국내각에 타협했다. 예루살렘 폭탄테러 등으로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이 심화되던 2001년 이스라엘에서도 양대 정당인 리쿠드당, 노동당이 거국내각을 꾸려 평화협상에 나선 바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거국중립내각이 수립된 적이 거의 없다. 남북전쟁 기간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두번 째 임기때 민주당의 앤드류 존슨을 부통령으로 임명했던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이후에는 거국일치 내각을 세우지 않는 게 관례였다.

국가적 위기상황 없이 '연정'을 실험하는 경우도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버락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첫 조각에 공화당 출신이나 무당파 진영 인사를 적극 기용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공화당 인사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켰다. 같은 맥락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과 공동정부를 수립하는 '대연정'에 나선 것도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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