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같았던 김종인 퇴임사…"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

[the300](상보)21일 고별 간담회서 경제민주화 강조…"개헌은 시대적 과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8·27 전당대회를 일주일여 앞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대표직을 물러나는 소회를 밝혔다. 분열을 우려하고 경제민주화가 정권교체로 가는 길임을 강조했으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입장과 함께 개헌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당과 정치 전반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집권방향을 제시하는 등 흡사 '출사표'와 같은 퇴임의 변이었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이 이기는 집권을 준비하겠습니다'라는 제하의 회견문을 발표했다.

공동체의 안녕과 전진을 방해하는 '분열'을 막는 것이 정치권의 과제인 점을 우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나라와 국민이 처한 가장 큰 위기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열"이라며 "우리 내부의 이념과 정파 간 정쟁의 결과가 분열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 공동의 목표는 바로 분열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언제나 강조해 온 경제민주화 역시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잘못된 경제구조가 국민의 삶을 양극화의 덫에 빠트리고 경제적 격차가 계급적 분열로 치닫고 있다"며 "양극화는 국민의 삶의 근본에서 시작되는 분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없는 정치적 민주화는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극심한 사회양극화 속에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는 제 평생 일관된 소신이었다. 경제민주화야말로 99%의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정권교체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당의 분열 조짐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우리당의 집권과 정권교체가 분열의 길이 되면 결코 안 된다"며 "집권을 위해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용인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대 총선에서의 여소야대 정국은) 민생의 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싸워야 할 곳은 이 곳 국회의사당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가르쳐 준 것"이라며 "정치가 거리의 구호와 선동의 말잔치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사드'논의에 대한 당의 입장을 비판하는 의견들에 대해서도 굳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한반도는 여전히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각축지역으로 남아 있다"며 "우리의 안보와 동맹국의 안보는 별개의 차원에서 논의되기 어려우며 우방과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주의 깊게 살피고 수용해야 한다. 이는 당장의 통일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열망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안보와 생존의 문제인 반면, 한·중 관계는 경제와 번영의 틀 안에서 이해돼야 한다"며 "사드와 관련한 정부·여당의 대응은 대단히 미흡하고 실망스럽지만 더민주 역시 책임 있는 수권정당으로서 국익의 우선순위와 역사적 맥락을 따져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이날 개헌의 필요성도 강하게 역설했다. 그는 "국가의 틀을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여당은 거수기로 전락해 대립과 혼란 속에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동시에 국민의 지지가 국회의석으로 정확하게 반영되는 선거제도 역시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며 "개헌은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는 대선 준비에 들어가기 전에 개헌에 대한 당의 공식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책임있는 대선 후보라면 전대가 끝나자마자 먼저 개헌에 관한 입장과 역할을 마땅히 밝혀야 한다"며 "정당, 정파를 초월한 '국회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 설치'를 다시 한 번 제안한다"고 말했다.

최근 당 강령의 '노동자' 문구 삭제 추진 과정에서 당대 강경파가 반발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당이 도그마에 집착하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차기 지도부가 나오더라도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 대표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저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그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그 어떤 책임도 떠맡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당 대표 퇴임사는 당과 정치 전반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집권방향을 제시하는 등 흡사 '출사표'와 같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이다. 이에 따라 향후 그의 퇴임 후 활동 등에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오늘(21일) 퇴임 회견문은 본인이 직접 준비해 당직자들도 김 대표가 간담회를 시작하고 나서야 내용을 파악을 한 것으로 안다"며 "퇴임사 제목이 '국민이 이기는 집권을 준비하겠습니다'라는 점도 그렇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문구 등도 예사롭지 않다. 향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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