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파 박형준 "내각제 해야 특권 줄인 '작은 의회' 가능"

[the300]국회사무총장 20일 퇴임 "대선주자들, 개헌에 명확한 입장·자기희생 필요"

국회에서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인터뷰. 2015.2.12./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헌법개정과 정치개혁을 주장해 온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이 최근 정치권에 확산된 개헌론에 대해 "책임정치, 미래를 위한 통합 등의 목표에 비춰보면 내각제적 요소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내각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총장은 20일 퇴임을 앞두고 1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인터뷰에서 "어느 때보다 개헌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상당히 많이 일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헌의 최대 걸림돌로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를 꼽고 "다음 대선을 위해 뛰는 사람은 이 (개헌)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靑 숙고하는 듯..내각제, 국회불신도 개선"

박 총장은 개헌 가능성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 다수가 원하고, 어느 정당도 내놓고 반기를 들 수 없다"며 "청와대조차 숙고에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개헌 필요성이나 지향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이 안돼 있다"며 "내각제에 대한 오해가 굉징히 많다"고 말했다.

박 총장에 따르면 대통령제에선 삼권분립에 따라 의회가 정부와 대립하는 정치구조가 된다. 강력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탓에 의회 독립성이 강조되고 권한도 커진다. 반면 내각제는 의회와 행정부가 견제보다는 유기적 연결 관계로 책임정치를 구현하게 된다.

내각제로 정치가 불안정해진다는 생각도 오해다. 내각제 국가는 대통령제보다 여당의 집권기간이 긴 사례가 많다. 독일은 후임 총리를 선출해놓고 현직 총리를 불신임하도록 해(건설적 불신임제) 연속성·안정성을 도모한다. 

국회나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도 내각제에서 완화되거나 개선될 수 있다고 박 총장은 강조했다. 그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미국, 한국 등에서 의원들의 힘이 강해진다"며 "내각제를 채택한 나라들은 의회가 독자적으로 기구를 강화할 이유가 없어 '작은 의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요컨대 내각제 또는 내각제 요소를 많이 담은 분권형 권력구조가 되면 의회 생산성도 높아지고 특권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으로 인상을 남긴 덴마크나 스웨덴, 하원의원이 택시비 영수증도 챙긴다는 영국이 모두 내각제 국가다.

그는 "내각제에선 정부에 대한 책임을 의회 주도 정당이 져야 하고, 혼자서 다 주도할 수 없으니 연합의 정치를 안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음 정권 초기에 개헌 논의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걸고, 차기 대통령 될 사람이 일정정도 자기희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인터뷰. 2015.2.12/사진= 홍봉진 머니투데이 기자

"오바마가 野 의원 설득하는 건 의원 자율성 덕분"

박 총장은 국회의 역할 차원에선 상임위와 개별 의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은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불러 설득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는 그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는 당론에 질식 당하지 않을만큼 의원의 자율성이 인정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 총장은 "우리는 당론으로 결정하면 의원이 움직일 수 없고, 거역하면 공천을 못 받으니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설득할 필요가 없는 구조"라며 "수직적 정당 구조, 공천권 독점, 일방통행식 의회 운영이 다 연결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국회가 제때 반응하지 못한 점,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나눠먹기·임기 쪼개기 비판을 받은 점도 같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임위의 자율성이 살아있으면 환경노동위 의원들이 결정해 청문회를 하면 되는 일"이라며 "그동안 청문회는 정당간 합의해야 가능했으니 현안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대 국회 말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상임위 청문회 활성화)도 상임위 자율성을 살리자는 정신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박 총장은 최근 정의화 전 의장과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친정'인 새누리당을 떠나 무소속 상태다. 박 총장은 2017년 대선과 오는 8월 새누리당 당대표 선출 전망에 대해 "4·13 총선 이후 몇 달간 새누리당이 과연 무엇을 반성하고 혁신했는지 모르겠다"며 "집권당이라면 대한민국에 닥치는 위기를 어떤 방향으로 풀겠다는 담론을 생산해야 하는데 당권 대권 이야기만 나온다"고 비판했다. 당대표, 대선주자가 누구든 이런 상태면 새누리당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꿈꾸는 정치인' 박형준은= 사회학자 출신 정치인.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사회 각 세력간 타협으로 국민 개개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공진(Co-evolution)이란 개념으로 제시하고 이른바 공진국가 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대일고등학교,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기자,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를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으나 18대 총선에 낙선했다. 19대 총선에서는 무소속 출마 후 낙선, 20대 총선엔 불출마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등 정치적 위기에서 청와대 홍보기획관을 맡았다. 정무수석 시절 '친서민·중도실용'이란 기조를 주도했다. 이명박정부 국정 지지율을 한때 50%대로 끌어올린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국회사무총장으로는 '열린국회마당' 등 각종 문화행사를 열고, 한국 고유 야생화를 국회 녹지공간 곳곳에 심는 등 국회의 딱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꾸는 데 노력했다. 국회 소식을 알리는 온라인매체 '국회온(ON)'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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