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청문회법 거부권 재가…논란 조기종식

[the300] (상보) 靑 "정쟁 최소화 위한 것"

이상배 기자 | 입력 : 2016.05.27 14:04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안)을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했다.

전격적인 정부의 재의요구안 의결과 박 대통령의 재가는 19대 국회 폐원 전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자동폐기시킴으로써 상시 청문회법을 둘러싼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함이다. 상시 청문회법을 둘러싼 정쟁이 장기화될 경우 집권후반기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데다 자칫 이번 해외순방의 성과가 묻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아프리카 3개국·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10분(한국시간 오후 1시10분) 상시 청문회법 재의요구안에 전자서명했다.

박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앞서 현지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전날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 등을 포함한 130건의 안건을 심의할 국무회의 개최의 건을 보고 받았다"며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모은 국회법 개정 재의요구안을 건의 받으면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상시 청문회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면 즉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 시점에 재의요구를 하는 것이 정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황 총리 주재로 긴급 소집된 임시 국무회의에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는 상시 청문회법과 관련,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닌 통제를 위한 것이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에 규정된 권력분립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청문회가 상시화되면 행정비효율이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내 재가 또는 재의요구를 할 수 있다. 재의요구된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의결 등의 절차를 밟는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도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되면 법률로 확정된다.

그러나 재의요구안이 이날 의결됨에 따라 상시 청문회법을 19대 국회에서 재의결에 부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19대 국회는 이미 의사일정을 모두 마쳤으며 29일 공식 폐원한다. 본회의 소집을 위해선 최소한 3일 전에 소집공고를 내야 하는데, 폐원까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상시 청문회법은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의안은 국회의원의 임기 시점까지 의결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상시 청문회법이) 재의결할 안건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19대 국회 내 의결을 하지 못하면 폐기가 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상시 청문회법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 법안 심의를 위한 경우 외에 '소관 현안'에 대해서도 언제든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행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는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해왔다. 한편 야권은 20대 국회에서 상시 청문회법을 재의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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