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길'은 개헌?…정치권 '새판짜기' 가능성은

[the300]정의화·손학규 잇따른 개헌론…김종인 등 정치권 세력화 주목


모스크바 극동문제연구소 초청으로 러시아 방문을 마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치재개 여부에 대해 주목을 받고 있는 손 고문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6.1.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권 중도세력 개편의 한 축으로 '개헌론'이 전면에 등장했다. 20대 국회 출발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정의화·손학규 등 무게감있는 정치인들의 개헌 발언이 잇따라 쏟아져 나와 그 의도와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정의화, 손학규 그리고 김종인

정의화 의장은 25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정치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개헌 논의를 제안했다.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은 정 의장의 오랜 소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새누리당과 결별하고 '중도 빅텐트'를 통한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개헌론'의 정치적 무게감은 이전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개헌을 매개로 기존 여야 구도의 틀을 깨는 새로운 세력개편을 도모하고 나아가 내년 대선과 그 이후에도 정국 주도세력으로 자리매김해보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여야 막론 국가 권력의 분점화가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이 크고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비교적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점에서 정 의장의 이같은 시도가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 지 관심거리다.

비슷한 시기 야권에서는 정계복귀 시동을 건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내년 대선의 화두를 개헌으로 제시하며 개헌론을 통한 '새판짜기'에 닻을 올렸다. 4·13 총선 이전부터 정치권의 새판짜기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계복귀 후 행보에 대해 운을 띄워왔으나 개헌을 그 그림으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손 전 대표는 "지난 국회에서도 이원집정제나 내각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았지만, 앞으로 권력구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해질 것"이라며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에 대한 각자의 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향까지 언급해 눈길을 끈다.

개헌론으로 세력화를 꾀할 것으로 주목받아온 인사 중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있다. 김종인 대표는 대통령중심제로는 더이상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내각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마땅한 대선주자가 안보인다"며 특정인을 중심으로 하는 정권창출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김 대표와의 인연으로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치권의 대표적인 의원내각제 개헌론자다. 총선 전부터 함께 손을 잡고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어필'해온 손 전 대표도 개헌으로 공통분모가 수렴되는 양상이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완전히 갈라섰으며 전당대회 전 더불어민주당 조직을 친문(친문재인)에서 친손(친손학규)계로 장악하려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개헌 논의에 대한 제기가 "대선 이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2016.5.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통령 되기 힘든 인사들의 세력모으기?"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론은 역대 정권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제기돼 온 단골 메뉴다. 그만큼 시기적으로나 정치주체별로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다당 구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특정 세력의 권력 독점이 아닌 협치에 의한 권력 분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점도 개헌론이 정치권 '새판짜기'의 깃발이 될 수 있는 여건이다.

실제 손 전 대표가 개헌론을 언급하자 손 전 대표가 정 의장과 손을 잡고 '제4의 길'을 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파다하다.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던 국민의당 내에서도 "손 전 대표가 독자 세력화를 결심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충청+호남' 혹은 '영호남'의 지역 구도별 연합 △'비박(비박근혜)+비노(비노무현)' 중도 세력 간 연정 △개헌론을 중심으로 한 '중도 빅텐트' 등을 큰 축으로 한 합종연횡이 시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개헌론의 중심에 있는 인사들이 정계개편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2%부족하다'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개헌론 자체가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단일안으로 모아지기 힘들 뿐더러 내년 대선 전 실행 가능성도 현재로선 매우 낮은 편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각 정당 내 '불만세력' 모으기에 그칠 공산도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개헌론 자체가 대선 때마다 반복돼 온 소재로 폭발력이 약하고 정치권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와도 동떨어져있다"면서 "정치권에서 개헌에 의한 새판짜기가 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전략가는 "그나마 대선에서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인물이 손학규인데 김부겸의 부상으로 그 매력도가 점차 낮아지는 상태"라며 "정계 복귀의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선택지가 없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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