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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면담한 뒤 굳은 얼굴로 자리를 뜨고 있다. 2015.12.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적용 대상에 따라 제재 범위와 수준 차등화 필요

-금품수수, 부정청탁, 이해충돌방지 등도 개별 입법해야

-시행전 개정엔 반대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김영란법 국회 심사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김영란법 개정 논란과 관련해, 한다면 특정 대상이나 특정 물품을 제외하는 식이 아니라 입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용 대상에 따라 제재 범위와 수준을 차등화하고, 행위에 대해서도 금품수수, 부정청탁, 이해충돌방지 등으로 나눠 개별입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법 시행 전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자신의 의정활동을 정리하는 의미로 이날 배포한 '정무위원회 소관 부처 19대 국회 주요 성과 및 20대 국회 제언(비경제분야)' 보고서에서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개정하는 것은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현재로서는 법을 개정할 이유도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시행 후 결과를 보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개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마치 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듯이 '김영란법'의 제정을 강하게 촉구했던 대통령이 정작 통과되자 내수진작을 위해 개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각을 세운 뒤, "내수진작을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제정법의 내용과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요구"라고 꼬집었다.

이 법 제정 논의 당시 이미 "명절 설문이 사라질 것", "관공서 근처의 식당에는 2만9900원짜리 공무원 메뉴가 등장할 것" 등의 의견이 있었으며, 논의 끝에 제도 연착륙과 범법자 양산 방지 차원에서 기준 액수를 현행 공직자윤리강령보다 다소 상향하더라도 법 자체는 이 방향으로 제정하기로 합의했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최근 입법 예고된 시행령과 관련해서는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초 법안의 시행 시기를 공포 후 1년 6개월로 정한 것은 조속히 시행령을 만들어 제도 변화를 홍보하고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권익위는 이런저런 눈치만 보며 시행령안 발표를 미뤄 논란을 더 키우는 등 소관 부처로서 자격 미달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개정 검토 사항으로 거론되는 언론사 및 사립학교 종사자의 적용대상 포함, 농수산물 제외 여부 등은 "지엽말단적인 문제"로, 바람직한 개정 방향이 아니라고 밝혔다.

우선 언론인의 경우 김영란법의 부정청탁과 관련된 규정은 특별한 해당 사항이 없고, 언론인 본연의 직무인 취재·보도·기고 등과 관련해서 돈을 받거나 100만원 초과의 금액을 받아 상식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만 재재 대상이 되며, 사학도 청탁과 금품수수 문제가 전형적인 사학비리와 밀접하게 관계 돼 있으므로 언론과 사학을 중심으로 한 법 적용대상 범위 축소 주장은 결국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의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농수산물 제외 주장 역시 시행령의 선물 액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선에서 해결해야지 직무관련자에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명절선물 보다 고가의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법 시행 후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특정 대상이나 특정 물품을 제외하는 식의 비본질적 사안 보다는 입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넓은 의미의 공직자라도 위상과 역할, 권한에 따라 청렴도의 수준과 법 위반 시 제재의 수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다르다"면서 "이 법이 규율하고자 하는 부정행위의 구체적 유형과 행태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관점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구분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들의 직위, 업무 등에 따라 법 적용의 범위와 처벌 수위를 달리 정하고, 나아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이해충돌방지라는 법의 세 영역을 별도의 입법을 통해 대상자를 구분해 구체적 금지유형을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 입법 과정에서 제외됐던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이해충돌방지제도와 관련해서는 "개별사건을 다루지 않는 행정 전반에 제척제도(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맡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히고, 대신 이해관계 사전 신고제 도입을 권유했다.

김 의원은 "당초 정부안에서도 고위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취임 전 3년간의 업무활동 명세서를 제출하도록 할 뿐, 고위공직자가 제척되도록은 하지 않는다"면서 "이와 유사하게 법적용 대상 공직자에 대해서도 제척 제도 대신 가족의 직업, 법인 등의 임직원 사외이사 재직 사실, 담당 업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지분 보유 사실 등을 기관장에게 사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신고 내용은 기관장이 관리 보관해 사후 감사원 등에서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 적발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제도 정착 시점에 해당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사적 이해 관계에 따른 업무 수행을 예방 통제하는 것이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19대 국회에서 정무위 소속으로 입법을 주도했던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도전에 나섰지만 당 내 경선에서 낙선해 20대에선 국회를 떠나게 됐다.